글 김현자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1999년 9월 6일
ISBN: 89-374-1144-X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68쪽
가격: 10,000원
분야 학술 단행본
한 편의 시를 대할 때 우리는 모든 선입견을 없애고 전체적인 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하며, 그 시 자체에 대한 주의 깊은 해석을 해야 한다. 또한 작품 자체의 문맥을 충분히 투영시키는 동시에 시를 읽는 독자의 주관성과도 만나야 한다. 하나하나의 시 작품이 차지하게 되는 구조의 드러냄은 그 시인을 새롭게 구체화하는 방식이 될 수 있고, 동시에 객관적 가치를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내는 것이 될 것이다. 여기 선정되 29편의 시는 한국현대시사의 대표적인 시인들을 중심으로, 각 시인의 대표작의 수준을 지니면서도 기존의 연구들이 세밀히 다루지 않은 작품을 골라 분석하였다. 김소월, 한용운, 김동환, 김영랑, 정지용, 김광균, 이육사, 노천명, 윤동주, 서정주, 김현승,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김광섭, 김춘수, 김수영, 박용래, 홍윤숙, 고은 등 시인 21인의 작품을 해설했다.
한국 현대시를 창조적인 언어로 분석해 낸 시론서 <한국 현대시 읽기>(김현자, 이대 국문과 교수)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88년에 민음사에서 처음 선보였던 것이나, 이번에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다시 펴내게 되었다. 박용래 시인의 <저녁 눈>과 홍윤숙 시인의 <가을 집짓기>를 분석한 글이 이번 개정판에 추가되었다.
1 꼼꼼하게 읽기의 미덕
이 책은 김소월, 정지용, 한용운 등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 29편을 선정하여 분석하고 있다. 시인들의 대표작 수준을 지니되, 이제까지 자주 언급되지 않았던 시들이 주로 선정되었다.
\’꼼꼼하게 읽기\’는 이 책이 내건 모토이자 미덕이다. 여타의 시 이론서들이 이론을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시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 책은 이론을 수용하면서도 시를 읽을 때 독자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부분까지 전달하려 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현학적으로 빛나는 이론들을 내보이기보다는 객관적인 분석 방법이 어떻게 주관적인 몸통과 영혼을 가진 시작품을 생생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현상학, 구조주의, 신비평, 수용 미학 등의 이론들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고, 그것이 시를 읽을 때 느끼는 감정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놓치지 않고 있다.
2 시어의 운율과 리듬에 충실한 분석
시의 운율과 리듬에 충실한 분석을 보여 준다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운율과 리듬은 시의 가장 본원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시 이론서에서 운율과 리듬은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시어의 아름다운 울림에 충실하다. 그리고 단순히 아름다운 운율과 리듬을 찾아내는 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시의 전체적인 이해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소개하고 있다.
가령, 김소월의 시 <가는 길>에서 반복되는 유성음 물\”mul\”은, 이 시에 흐르는 느낌을 줄 뿐 아니라 \’흘러가 버려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삶, 그리고 인간의 의지로서는 더 이상 넘어설 수 없는 한계 의식\’을 표상한다고 분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