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서의 고갱이를 담은 고대 그리스 대표 서정시 선집

고대 그리스 서정시

아르킬로코스, 사포, 핀다로스, 테오그니스, 칼리노스, 솔론, 알크만, 이뷔코스, 세모니데스, 시모니데스, 튀르타이오스, 아나크레온, 히포낙스, 밈네르모스, 알카이오스 | 옮김 김남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8년 8월 25일 | ISBN 978-89-374-7529-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160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고대 그리스 서정시 원문 최초 번역!

“25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인간 정서의 고갱이는 변하지 않는다.” ─ 황인숙(시인)

편집자 리뷰

● 영원불멸의 신에서, 태어나고 죽는 인간에게로 눈을 돌리다
국내 최초로 원문에서 번역한 고대 그리스 대표 서정시 선집 『고대 그리스 서정시』가 민음사 세계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아르킬로스, 사포, 세모니데스, 히포낙스, 솔론, 아나크레온, 시모니데스, 테오그니스, 핀다로스 등등 열다섯 명 고대 그리스 대표 시인들의 서정시를 한 권에 담았다.

고대 그리스 서정시는 폴리스의 발전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했던 ‘개인’에 대한 의식과 그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운율에 맞추어 표현하며 시작되었다. 헤시오도스, 호메로스 등이 신 혹은 신과 같은 형상의 영웅, 제왕, 귀족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한 전사를 칭송하던 신화와 서사시의 세계관에서, 개인의 일상적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서정시의 세계관으로 변화한 것이다.

최초의 서정시인이라고 불리는 아르킬로코스는 비록 방패를 내던지고 전장에서 도망쳤지만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고 크게 외치며, 영예롭게 전사할 것을 권하던 사회적 통념을 비웃는다.

방패 때문에 사이오이족의 누군 우쭐하겠지. 덤불 옆에
원친 않았지만 흠잡을 데 없는 무장을 버렸네.
그러나 내 몸을 구했네. 왜 방패를 염려하랴?
가져가라. 못지않은 것을 나는 다시 얻으리라.
― 아르킬로코스

사람들 가운데 누구라도 죽고 나면 존경도 명성도 얻지
못하리라. 차라리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삶의 은총을
좇으리라. 가장 나쁜 것은 언제나 죽은 사람의 몫이니.
― 아르킬로코스

최초의 여성 시인이자 플라톤으로부터 열 번째 ‘뮤즈’(예술의 여신)라고 불리었던 사포 역시, 당시 지고의 가치였던 전쟁의 승리보다도 아름다운 것은 자신이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라고 노래하는 파격을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기병대가, 어떤 이들은 보병대가
어떤 이들은 함대가 검은 대지 위에서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는 이라
말하겠어요.
― 사포

● 고대 그리스에 이미 그 원형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 서정시는 당대 그리스인들의 마음과 생활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의 원형을 시 안에서 찾을 수 있다. 파혼한 약혼자와 그 아버지를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게 한 아르킬로코스의 악에 받친 저주와 노골적인 모욕의 표현은 근래 온라인 SNS에 넘쳐나는 악성 루머와 비방의 기원을 짐작케 한다.

분명히 알아라. 네오불레는
다른 놈이 가져가라.
익을 대로 익어
처녀의 꽃송이는 시들었다.
예전에 그녀에게 있던 우아함마저.
그녀는 욕망을 어쩌지 못한다.
색정에 미친 여인, 젊음의 끝을 보여준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 아르킬로코스

세모니데스가 쓴 여러 여성의 유형을 늘어놓은 시는 소위 ‘여성 혐오’의 역사적인 증거와 같다. 개와 당나귀, 족제비, 암말, 바닷물이나 진흙 등 사물과 동물의 특성에 빗대어 여성을 공격하는 모습은 ‘된장녀’, ‘김치녀’, ‘맘충’ 등 현대 한국의 여성 혐오 표현에서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다른 여인은 바닷물로 만들어져, 양면성을 가진다.
어떤 날 그녀는 웃음을 웃으며 행복하다.
(…)
다른 날에 그녀는 도저히 참아줄 수 없고
도저히 봐줄 수 없어 왜냐하면 성을 내는데
새끼를 지키는 암캐 같아 가까이 할 수 없다.
(…)
다른 여자는 족제비로 만들어졌다.
이 여인은 예쁜 데도 고운 데도 없다.
(…)
다른 여자는 갈기가 많은 암말로 만들어져
천하고 지저분한 일은 남에게 미루고
물레를 돌리지도 않고
― 세모니데스

황인숙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사포의 시를 읽으며 놀랍도록 현대적인 유머 감각에 감탄한다. 한편, 고대와 현대라는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같은 여성 시인으로서 예민한 눈초리로 미심쩍은 평가를 꼬집는다.

내가 누구로 하여금 다시
너를 사랑하도록 만들어야 하는가? 너에게
불의한 자가 누구냐, 사포여
― 사포

“이 구절을 쓰면서 사포도 킬킬 웃었을 것 같다. ‘내 사랑을 뿌리쳐? 이런 불의한 자 같으니라고!’ 문득 아리송하다. 플라톤이 사포를 ‘제 10의 뮤즈’라 일컬었다는데, 사람한테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뮤즈라 했으니 극찬이겠지만, ‘여혐’ 발언 같기도 하다. 뮤즈는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지, 시인이 아니지 않은가.” ― 황인숙(시인)

●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정서의 고갱이”
간간이 유실된 시행과 작게 조각난 시편의 모습은 약 2500년이라는 그 아스라한 세월을 가늠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그들의 감정과 생각은 현대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늘의 별처럼 막연하고 묘연하기만 했던 고대 그리스 시인들”의 명성과 비교하자면 순수해 보일 정도로 솔직하고 직접적인 문장들은, 생각보다 쉽게 시를 즐길 수 있도록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시인들은 각각 개성적 목소리로, 전쟁에 참여하고,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운동 경기의 승리자를 예찬하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실연에 슬퍼하고, 남을 욕하고, 조롱하고, 복수심에 이를 갈고, 가난을 탄식하고, 늙음을 애달파 하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당시 그리스인들의 마음을 노래한다. 분노, 사랑, 슬픔, 욕망, 공포, 혐오, 모욕감, 복수심 등 날 것의 생생한 감정이 날뛰는 시행에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정서의 고갱이”를 발견할 수 있다.

부는 결코 한 번도, 왜냐하면 눈이 멀었기에,
“히포낙스여, 여기 서른 냥 은전이 있으니, 받아라
그리고 다른 많은 것도.” 말하려 나를 결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마음이 잔인한 부는.
― 히포낙스

정신 맑은 사람들 속에서 술 취한 것은 세련되지 못한 일.
술자리에서 정신이 맑은 것도 세련되지 못한 일. (……)
때때로 탁자에서 일어나라. 배에 굴복하지 마라.
그런 일은 순간만을 사는 노예들에게나 맡기라.
― 테오그니스

나는 백성에게 넉넉할 만큼의 권한을 주었다.
나는 그들 권한의 일부를 빼앗지도 보태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보기에 부유하기까지 한 권력자들에게,
나는 그들에게 마땅한 것만을 주었다.
나는 양자에 맞서 내 권한의 방패를 세워 막았노니
정의에 맞서 그들 가운데 한쪽이 승리하지 못하게.
― 솔론

목차

1 아르킬로코스
2 칼리노스
3 튀르타이오스
4 알크만
5 사포
6 알카이오스
7 세모니데스
8 밈네르모스
9 히포낙스
10 솔론
11 이뷔코스
12 아나크레온
13 시모니데스
14 테오그니스
15 핀다로스

작품에 대하여: 고대 희랍의 노래들 (김남우)
추천의 글: 2500년이 우주에서 하루는 될까 (황인숙)

작가 소개

아르킬로코스

고대 희랍의 서정 시인으로, 파로스섬에서 태어났다. 영웅 서사시의 전통에서 벗어나 최초의 서정시를 읊은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포

레스보스섬의 뮈틸레네에서 귀족의 딸로 태어났다. 혼기에 이른 젊은 여성들을 가르치는 동아리의 대표를 맡아 예술을 가르쳤다. 주로 사랑에 관한 시를 많이 남겼다.

핀다로스

테베 출신의 합창시인이다. 당시 고대 희랍에서 가장 성대했던 스포츠 제전인 올륌피아 경기 등 각종 운동 경합에서 승리한 우승자를 기리는 찬가를 합창시 형식으로 노래했다.

테오그니스

기원전 6세기 말에서 5세기 초에 활약한 희랍 시인으로, 메가라 출신이다. 그는 무려 1389행에 이르는 문집을 남겼으며, 교훈시로 잘 알려져 있다.

칼리노스

기원전 7세기 중엽에 살았던 희랍 시인으로, 고향은 에페소스다. 에페소스가 침략당할 위기에 처하자, 청년들에게 전장으로 나아갈 것을 권하는 시를 남겼다.

솔론

희랍의 7현인 가운데 한 명이다. 아테네의 민주주의 발전의 기반을 닦은 정치가이자 입법가였고, 시인이자 연설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알크만

스파르타 출신의 합창시인으로, 기원전 7세기에 가장 활발히 활동했다. 알렉산드리아 학자들이 뽑은 아홉 명의 대표 희랍 시인 가운데 한 명이다.

이뷔코스

이뷔코스는 6세기 후반에 활동한 희랍 시인으로, 이탈리아 남부 대희랍의 도시 레기움 출신이다. 폴뤼크라테스가 통치하는 사모스에서 궁정시인으로 활동했다.

세모니데스

기원전 7세기에 활동한 시인으로, 사모 출신이다. 아모르고스 식민지 건설을 이끌었기 때문에 흔히 아모르고스의 세모니데스라고 불린다.

시모니데스

케오스섬 출신의 희랍 시인이다. 뛰어난 합창시로 이름을 남겼다. 당대에 핀다로스와 라이벌 관계였다.

튀르타이오스

기원전 7세기 희랍 시인으로, 2차 메세나 전쟁 시기에 스파르타에서 활동했다. 주로 젊은이들에게 전쟁에 나아가 용감하게 적에 맞서 싸울 것을 독려하는 엘레기를 남겼다.

아나크레온

소아시아의 도시 테오스 출신이다. 폴뤼크라테스가 다스리던 사모스에서 활동했으며, 폴뤼크라테스가 죽은 후에는 여러 도시를 떠돌았다.

히포낙스

기원전 6세기에 활약한 시인으로, 고향은 에페소스다. 아르킬로코스와 함께 비방시로 유명하다.

밈네르모스

기원전 630~600년경에 활약한 희랍 서정시인으로, 주로 사랑의 시가 유명하다.

알카이오스

사포와 동시대에 활약한 시인으로, 또한 레스보스섬의 뮈틸레네 출신이다. 정치적 격변에 휩쓸려 많은 시련을 겪었으며, 주로 전쟁과 술자리, 사랑 등을 주제로 한 시를 남겼다.

김남우 옮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협동과정에서 희랍 서정시를 공부했다. 독일 마인츠대학교에서 로마 서정시를 공부했고,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서울대학교 등에서 희랍, 로마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키케로의 『설득의 정치』, 『투스쿨룸 대화』, 에라스무스의 『격언집』, 『우신예찬』,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니체의 『비극의 탄생』,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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