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성의 구조

원제 近代性の構造

이마무라 히토시 | 옮김 이수정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9년 1월 10일 | ISBN 978-89-374-2418-2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76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하나의 거대한 시대인 근대 및 그 근대에 있어서의 인간의 경험을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일본 철학자의 저술.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 자아의 측면이라는 세 관점의 연관을 중시하면서 근대적 경험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편집자 리뷰

한국사회의 실패한 근대화에 대한, 책임 있는 사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책
\’시도\’의 정신으로 근대극복을 모색하는 일본현대지성의 근대성찰론
제2의 건국으로 한국 사회의 실패한 근대화에 수정을 가하려는 논의는, \’근대\’라는 말이 갖는 우리 사회의 \’문제적\’ 측면을 제대로 반영한다. 근대 경험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반성이 요청되는 이때, \’근대의 정체\’를 파악하는 작업은 바로 새로운 세기에 대한 명암을 조망할 수 있는 역사의 가능성 찾기라 할 것이다.
여기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근대를 성찰하는 일본 지성의 목소리가 있다. 일본《현대사상》의 편집위원인 이마무라 히토시는,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근대의 정치, 경제, 개인을 고립시키지 않고, 각 요소들의 연관을 중시하면서 근대의 정체를 파헤치고 있다. 세계의 중심 원리인 이성의 위력 아래, 합리적 사회와 이성적 인간형을 키원 온 근대가 왜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만들어왔는가? 민족, 인종, 환경, 체제 등 현실의 산적한 문제들은 과연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근대의 방법적 \’기도\’ 정신이 낳은 비인간/비이성에 대한 차별/배제의 극복을 위해 \’시도\’의 사상을 제안하고, 이로써 근대성 자체가 억압해 온 또 다른 근대의 가능성을 살리려 한다. 원래 강연을 목적으로 쓰인 책이니만큼 저자의 논의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그러나 오랜 사고의 흐름이 잘 정리되어 있으며 치밀한 분석과 깔끔한 정리가 돋보이는 책이다. 일반인에게까지도 근대의 전체상을 일목요연하게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이다.
제2근대의 종말과 근대 원리의 세계화가 심화되는 21세기
근대의 전체상을 그려 보이려는 저자의 노력은, 전세계를 휩쓸었던 68혁명의 재조명에서부터 시작된다. 17-18세기의 \’제1근대\’와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한 19-20세기의 \’제2근대\’를 구분하는 저자는, \’파리의 5월\’과 \’프라하의 봄이 한마디로 제2근대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었다고 본다. \’관리-계획-통제\’라는 제2근대의 본질 면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차이가 없으며, 68년은 양체제의 동근성을 폭로시켰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근대에 대한 회의는 시작된 것이다.
한편 저자는 21세기 전반도 국민국가라는 정치적 이념도 자본주의/사회주의라는 두 가지 경제적 이념도 모두 다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며, 근대 원리의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이에 따른 비판과 저항 역시 거세어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지금의 과도기를 지난 제3근대에는, 인간과 자연의 전면적인 사물화가 극에 달해 이러한 현상의 정치적 반영인 관리주의가 확산될 것이며, 국가자본주의의 전 지구화라는 면에서 경제공동체라는 연합통제joint control 형태의 관리경제가 속속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기계론적 세계상과 진보적 시간의식이 지배하는 근대의 정체
이렇듯 근대 원리의 세계화가 진행된다면, 그 과정에서의 명암을 미리 앞질러 생각해 보는 것은 사상의 과제로서 중요하다. 근대세계를 이루는 주요소들을 살펴보자면, 그 첫번째는 기계론적 세계상이라 할 것이다. 갈릴레이가 \’자연은 수학적 언어로 쓰여 있다.\’라고 말한 순간, 양적 존재라는 점에서 만물은 똑같아졌으며. 만들어진 것 즉 지적 조작에 의해 구축된 자연상은 세계를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적 정신을 낳았다. 기계론의 정신이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적 정신을 만든 것이다. 이 방법을 뒷받침하는 원점에 \’분할 불가능한 개인\’이 놓이게 된다.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개체의 개념을 엄밀히 이론화한 것이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상임을 확인해 두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철학의 원리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근대 시민사회의 원리가 되기도 했다.이러한 방법주의가 근대의 두번째 요소이다. 또한 개인의 내면 역시 자기통제에 의해 방법적으로 구축된다. 자기훈련과 내면의 \’합리적 경영\’은 윤리적 방법주의라 할 것이다. 근대를 이루는 세번째 요소인 시민사회의 성립에는, 타인과의 관계(정치 경제), 자연과의 관계(생산 과정), 자기와의 관계(윤리 혹은 정신)라고 하는 세 가지 관계가 기계론적으로 그리고 방법주의적으로 조직된다. 여기에 근대의 인간 관계인 시민사회의 독자적인 성질이 있다. 네번째는 기계론적 세계상으로 완성되는 시간의식의 변화이다. 근대 시간의식은 미래를 선취하고, 선취된 내용으로 현재의 상태를 변경하며, 계획을 세워 미래에 이를 실현시키도록 사람들을 재촉한다. 선취와 \’기도\’는 근대 시간의식의 두 가지 계기다. 확대/축적의 사고 방식은 원리상 선취와 기도의 시간의식 속에 그 기초가 있다. 이러한 시간의식 때문에 정치도 경제도 개인도 \’진보\’라는 관점에서 보여지며, 모든 행동은 마치 기술 혁신처럼 기도되는 것이다.
차별과 배제의 극복, \’타자공동체\’의 시도
그런데 문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대 세계가 지닌 배제와 차별의 구조이다. 근대이성과 근대정신은 인간 정신의 내면에서도 인간 사회의 제도 면에서도 비이성을 배제하고 억압함으로써 성립되었다. 이 사실은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가 실로 날카롭게 해명하고 있다. 즉 근대의 인간/이성중심주의 메커니즘은 비인간/비이성의 메커니즘과 동일한 것이다. 이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현실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불거져나오는 소수민족의 민족 문제만 보더라도 자명하다. 저자는 이러한 차별과 배제의 논리를 \’타자공동체\’로서 극복하려 한다. 타자의 공동체는 중심도 동일화도 배제도 없는 공동체이다. 배제와 차별의 회로를 끊는 첫걸음은 바로 자기 내부의 타자를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자기 내부의 타자를 보는 것은 반성의 노력이며, 바로 거기에서 \’이성의 능력\’이 시험되는 것이다. 이성에 의한 근대이성의 비판, 바로 거기에 근대성이 억압해 온 근대의 또 다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근대 \’기도\’ 주의의 극복을 위한 \’시도\’의 정신
<정치의 재발견>에서 울리히 벡이 칸딘스키의 \’그리고\’라는 말의 불확실함으로써 이 시대의 테마를 잡았다면, 이마무라 히토시는 아도르노의 \’에세Essai의 사상\’을 빌려 이 시대의 사상적 태도로서 \’시도의 정신\’을 주장한다. 지금은 방법적 \’기도\’ 주의가 낳은 차별과 배제의 극복을 위해, \’기도\’에서 \’시도\’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애매함을 감수한 에세적 스타일의 사고로, 근대적 의미의 정확함을 포기하고 근대 \’기도\’ 주의의 올가미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근대 경험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소홀히 한 채 포스트모던의 거센 물결 앞에 미끄러지고 만 우리 경험을 기억한다면, 이제 근대 극복에 대한 책임 있는 사유에 주목하도록 하자. 계승해야 할 근대의 성과까지도 짓밟아가는 명백한 근대의 이중성 앞에서 우리의 할일은 분명하지 않은가.

목차

프롤로그 ― 역사철학에서 보는 현대 제1장 회의되는 근대 ― 구획선으로서의 68년 제2장 근대성의 근원 ― 시간론 제3장 제작되는 근대적 세계상 ― 기계론 제4장 기계 장치로서의 근대 시민사회 ― 자기통제론 제5장 \’배제\’와 \’차별\’의 근대를 넘어서 ― 타자공동체론 에필로그 ― \’시도의 정신\’

작가 소개

이마무라 히토시

이수정 옮김

195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동경대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 철학전문과정에서 석사 및 철학박사를 받았고 일본 동경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프라이브루크대학 연구원을 지냈다. 한국하이데거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월간 「순수문학」으로 등단했다. 2006년 현재 창원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달려라 플라톤 날아라 칸트>(감수 및 공저), <하이데거―그의 생애와 사상>(공저), <인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공저), 시집 <향기의 인연>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근대성의 구조>, <일본근대철학사>, <현상학의 흐름>, <해석학의 흐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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