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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와 로라


첨부파일


서지 정보

심지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8년 6월 15일

ISBN: 978-89-374-0869-4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32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249

분야 민음의 시 249


책소개

당신의 꿈을 엿보듯,

기억 바깥으로부터 비롯되어

마침내 범람하는 비인칭의 이야기 


목차

1부
등을 맞대고 소녀소녀 13
이상한 활주로 15
로라와 로라 16
너의 부족 18
상자 20
예배 시간 22
딱딱함과 부드러움 26
발생과 표현 28

2부
이웃들 33
모든 침대는 일인용이다 35
외출 직전 36
오전의 스트레칭 0 38
곁에 39
터널 40
폭포 41
우리들의 테이블 42
정물화 도둑 44
등의 쓸모 47
여름 자르기 48
부엌의 부흥 50

3부
수달 씨, 램프를 끄며 55
유년기 56
드로잉 59
회전목마를 타고 60
사물함의 습도 62
교외로 가는 1막 63
거미줄의 텍스트 64
자라나는 페이지 66
보석 세공사의 스탠드 68
거주 70
풍경의 예절 71
위의 정원사 74
드라큘라 76
소유자 78
좀비 80

4부
고양이 무렵 85
유원지 87
복화술사 88
부화 90
빈칸의 경험 92
케이크 자르기 94
방문객 95
물체들의 밤 99
더미 100
가가호호 102

5부
남겨진 체조 107
오필리아 108
세잔, 아무 데서나 잠을 잔다 110
잠든 사람 113
빈칸의 경험 116
의자 쌓기 118
어떻게 책장은 굴뚝의 고독을 선회하는가 120
범람 122
베란다 소설 124


편집자 리뷰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심지아 시인이 등단 후 8년 만에 내는 첫 번째 시집 『로라와 로라』가 ‘민음의 시’ 249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로라와 로라』는 시적 질료를 기억의 바깥에서 찾아 최대한의 가능성을 획득한다. 시적화자는 “비인칭”이 되어 꿈속의 꿈으로 이야기를 뻗어 간다. 그리고 그로 인해 독자인 우리는 “충분한 어둠”과 충분한 밝기”를 응시한다. 심지아의 시는 그렇게 충분한 조도의 아름다움을 획득한 범람의 시가 된다.


■ 꿈속 가능성의 세계

테이블 아래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발명한다
생물이 잠을 발명하듯이
-「등을 맞대고 소녀소녀」에서

시작은 테이블 아래에서였다. 시집의 시작을 알리는 시 「등을 맞대고 소녀소녀」에서 시적 화자는 식탁 아래에서 손가락을 입술 가까이에 대고 쉿, 소리를 낸다. 그리고 “우리가 빠트린 것을 말”하려 한다. 빠뜨린 것을 호명하기 위해 시 속의 ‘나’는 이상한 활주로를 유영하는 우주인처럼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토성의 고리에서 순간을 사랑하는 마법사까지 그 변신은 무한해 보인다.
『로라와 로라』에서 한 사람의 로라인 시적 화자와 또 한 사람의 로라인 독자는 심지아의 흐트러진 듯 단호한 탐험을 통해 가능성을 획득한다. 마치 꿈처럼, 나아가 몽중임을 인지한 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 안에서 겹쳐 꾸는 꿈처럼. 우리의 가능성은 『로라와 로라』에서 기억의 바깥까지 나아간다. 이렇게 심지아의 시집은 “가르쳐 주지도 않은 말을” 하려는 막내처럼, 가능성의 끝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그것을 두고 한국시가 발견한 ‘꿈같은 장면’이라 하지 않을 도리는 없을 것이다.


■ 불면 속 비인칭 세계

핏속에는 도덕이 없고
나는 조금 슬픈 것 같아
나는 조금 의심하는 것 같아
-「범람」에서

끝없는 가능성을 지닌 꿈같은 유영. 끝이 없을 듯했던 여행의 중간 시적화자는 불현듯 “지구에서 태어나 얻게 된 건 현기증”이라고 토로한다. 시적 화자는 꿈에서 깨어나 꿈을 복기하며 모종의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하다. “핀셋으로 나를 잡는 나”는 어제의 꿈에서 얻은 수치와 의심, 환멸과 고통을 피할 생각이 없다. 되레 그것을 생경한 고통으로, 하나의 풍경으로 삼아 시를 짓고 이야기를 짜내어 흩뿌린다.
퍼져 나가는 시의 이야기 속에서 가능성을 탐색하던 ‘나’ 또한 흩어져 “비인칭”이 되고 마는데, 그것을 드라큘라나 좀비라 해도 심지아의 독자는 믿고 따를 뿐이다. 그가 보여 준 가능성의 영역은 그만큼의 불가능성을 데칼코마니처럼 그려 내고, 고른 음량의 잡음처럼 기억을 상기시키고, 잠을 내쫓는다. 가능성의 아름다움은 비인칭의 슬픔이 되어 범람한다. 주인이 없는 까끌까끌한 슬픔이 양을 센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불면 속에서 양은 유실되고, 심지아의 시를 읽는 우리는 완연히 다른 조도에 놓이게 된다. “충분한 어둠”과 “충분한 밝기” 사이에서 우리는 시집을 덮을 것이고, 이제 당신의 빈칸은 조금, 넓어질 것이다.


■ 추천의 말
시인은 “잠든 사람”이다. 이 시인은 꿈을 채집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꿈의 자동기술법을 내세웠던 초현실주의자와는 전혀 다른 자세로 잠든 사람이다. 잠은 우리에게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시인은 “언어가 잊은 것들”을 시적 질료로 삼아 미지의 얼굴이 된다. 망각의 검은 구멍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나는 내 안에서 나를 범람하여 ‘비인칭’의 상태로 출렁인다. “모든 침대는 일인용”이지만, 이 일인용의 장소는 나르키소스의 연못이 아니라 “일인칭과 이인칭과 비인칭”이 한없이 텍스트를 짜면서 해체하는 이상한 이야기 속으로 “쪼개진 석류의 아름다움처럼” 뻗어 간다. 독자여, 뱀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이야기 속에서 당신의 살갗이 낯설게 깨어나고 있다. 자, 이제 당신은 꿈속으로 깨어나는 중……
—김행숙(시인)

이것은 하나의 주어에서 수많은 술어가 태어나는 문장들. 또는 하나의 뿌리에서 수많은 꽃이 피어나는 문장들. 드디어 하나의 몸통에서 수많은 머리가 돋아나는 뱀의 이야기.
하지만 실은 거꾸로가 아닌가. 이것은 하나의 술어가 무수한 주어를 낳는 문장들인지도. 하나의 꽃이 무수한 뿌리를 벋는 문장들인지도. 드디어 한 마리의 뱀이 지나갔는데 외로운 발자국이 찍혀 있는 정원에서.
로라와 로라를 읽는다는 것. 향기로운 리듬의 책을. 무심한 발명의 책을. 수식어와 피수식어가 처음 만나는 책을. 우울하면서도 따뜻한 독을 품고 있는 로라와 로라의 시집을. 드디어 로라가 아닌 로라들이 이야기 속을 질주하는 부드러운 악몽과 함께.
—이장욱(시인)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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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아

1978년 출생.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로라와 로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