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ELL OF DAYS IN GOODNESS SPENT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8년 6월 5일
ISBN: 978-89-374-7531-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92쪽
가격: 10,000원
분야 세계시인선 31
대한민국 1세대 대표 영문학자이자
시적 산문의 대가 피천득
그가 직접 번역하고 엮은 세계 명시 선집
서문: 시와 함께한 나의 문학 인생
1부 천사도 아니지만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소네트』 29번
내 처지 부끄러워
『셰익스피어 소네트』 66번
그대를 두고 가지 않는다면
『셰익스피어 소네트』 73번
늦은 계절
『셰익스피어 소네트』 104번
미(美)는 이미 졌느니
『셰익스피어 소네트』 116번
사랑만은 견디느니
『셰익스피어 소네트』 130번
천사도 아니지만
2부 사랑이 기울 때
▶윌리엄 블레이크
『천진의 노래』―서시(序詩)
『천진의 노래』―유모의 노래
『천진의 노래』―양(洋)
▶윌리엄 워즈워스
외로운 추수꾼
그 애는 인적 없는 곳에 살았다
▶조지 고든 바이런
시용 성(成)에 부친 소네트
그녀가 걷는 아름다움은
▶알프레드 테니슨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인 메모리엄』 중에서
모래톱을 건너며
▶로버트 브라우닝
최상의 아름다움
피파의 노래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포루트갈 말에서 번역한 소네트』 23번
▶매슈 아널드
도버 해변
▶루퍼트 브룩
병사(兵士)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이니스프리의 섬
하늘의 고운 자락
낙엽
수양버들 정원에서
그는 커류를 나무라다
굳은 맹세
▶랠프 월도 에머슨
콩고드 찬가(讚歌)
▶에밀리 디킨슨
나는 미(美)를 위하여 죽었다
나 황야를 본 적이 없다
▶크리스티나 로세티
이름 없는 귀부녀
내가 죽거든 임이여
올라가는 길
▶사라 티즈데일
수련(睡連)
잊으시구려
별
3부 돌아가리라
▶도연명
돌아가리라[歸去來辭]
전원(田園)으로 돌아와서
음주(飮酒)―제5수
▶두보
손님[客]
절구(絶句)
▶요사노 아키코
노래
▶이시카와 다쿠보쿠
노래
▶와카야마 보쿠스이
백조(白鳥)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기탄잘리』 36번
『기탄잘리』 60번
작품에 대하여: 날던 새들 떼 지어 제집으로 돌아온다(김우창)
● 여유와 기쁨이 사라진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 건네는 피천득의 다정하고도 다감한 선물
피천득의 번역 시 선집 『착하게 살아온 나날』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본래 『내가 사랑하는 시』(1997)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나 이번 개정판에서 제목과 목록 구성을 바꾸고 미발표 번역 시도 수록했다. ‘착하게 살아온 나날’은 본문에도 수록된 바이런의 시 「그녀가 걷는 아름다움은」의 한 구절로, 피천득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시의 마음과 시인의 자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을 누르고 이겨야 할 수 있는 세계에서 시는 사실 잘 읽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오히려 시를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착하게 살아온 나날』은 피천득이 여유와 기쁨이 사라진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하고도 다감한 선물이다.
사람의 마음을 끄는 미소, 연한 얼굴빛은
착하게 살아온 나날을 말하여 주느니
모든 것과 화목하는 마음씨
순수한 사랑을 가진 심장
―조지 고든 바이런, 「그녀가 걷는 아름다움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필가로 알려져 있으나 피천득은 시로 문학을 시작했고, 그 기저에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애송했던 동서양 유수의 시들이 있다. 피천득의 작품 전반에 드리워진 “순수한 동심”과 “맑고 고매한 서정성”의 발현은 그곳에서부터다. 1부 ‘천사도 아니지만’에는 피천득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가운데서도 가장 애송하는 시편을 원문에 가깝게 번역한 것과 새롭게 윤문한 것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국 정서에 맞게 14행 정형시를 3·4조와 4·4조로 번역한 ‘셰익스피어 소네트 다시 쓰기’는 피천득의 번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2부 ‘사랑이 기울 때’에는 피천득에게 시인의 꿈을 심어 준 바이런, 워즈워스, 예이츠, 디킨슨 등 서양 시인들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번에 추가된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 세 편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명시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3부 ‘돌아가리라’에는 도연명, 두보, 보쿠스이, 타고르 등 동양 시인들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사사로운 감정을 제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행간들을 천천히 좇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한 편의 여유와 한 줌의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자르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
산 공기가 석양에 맑다
날던 새들 떼 지어 제집으로 돌아온다
여기에 진정한 의미가 있느니
말하려 하다 이미 그 말을 잊었노라
―도연명, 「음주(飮酒)」
이처럼 “그 어떤 현실의 속리와도 결탁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위대한 정신세계를 구축”한 시인들의 시를 번역하기 위해 피천득은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시인이 시에 담아둔 본래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을 것. 둘째, 우리나라의 시를 읽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번역할 것. 그는 ‘정서의 번역’을 염두에 두고 한국 독자들이 세계 명시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도록 토착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정호 중앙대 영문학과 명예교수는 피천득의 번역을 “영문학자나 교수로서보다 모국어인 한국어의 혼과 흐름을 표현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토착적 한국 시인으로서의 번역”이라고 평가하며 “그는 번역을 부차적인 작업으로 보지 않고 문학 행위 자체로 보았다.”라고 말했다. 번역 시를 읽고 있음에도 우리말로 쓴 시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좋은 것은 모름지기 나눠야 한다는 깨끗하고 천진한 마음으로, 그는 ‘사랑의 수고’를 자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