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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기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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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은 인생의 책들

클라이브 제임스 | 옮김 김민수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8년 6월 1일

ISBN: 978-89-374-2933-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88쪽

가격: 9,800원

분야 쏜살문고


책소개

전설적인 문화 비평가 클라이브 제임스,
죽음과 맞서 싸우며 완성한 대담한 독서기

대단히 사려 깊고 매력적인 에세이이자,
아름다운 문장으로 완성된 비평의 모범이다. -이언 매큐언

헤밍웨이와 콘래드, 「왕좌의 게임」에 이르기까지
마치 명상하듯 눈부시게 비평해 낸다. -살만 루슈디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독특하고
독창적인 문학 비평을 선보인 인물이다. -마틴 에이미스

2010년 초, 병원 문을 나서는 내 손엔 백혈병 확진과 함께 폐까지 망가졌다는 진단서가 들려 있었다. 귀에서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된 마당에 새 책이든 중요한 책이든 간에 책이라는 걸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혹은 내가 이미 아는 훌륭한 책들조차도 다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제 나에겐 책을 끝까지 읽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기에, 아주 가벼운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조차도 대단한 일처럼 보였다.
자리보전하고 몸져눕는 대신 다시 한 번 회복해서 두 다리로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나중에”라는 개념이 갑자기 비현실적이라기보다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불이 언제 꺼질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면, 불이 꺼질 때까지 책을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본문에서


목차

감사의 말
들어가는 말

최초의 헤밍웨이
다시 읽는 콘래드
연작 소설
패트릭 오브라이언과 그의 바다 냄새 나는 주인공
전쟁 지도자
제발트와 공중전
상상 속의 비행접시
서구인의 눈으로
시간의 제왕, 앤서니 파웰
나의 보물, 오스버트 랭카스터
미국의 힘
키플링과 저승사자
슈판다우의 슈페어
셰익스피어와 존슨
심술궂은 나이폴
영화책
할리우드의 여자들
임시 책꽂이
언제나 필립 라킨
빌라 아메리카
히틀러를 보는 다양한 시각
오스트레일리아의 고수, 스티븐 에드거
존 하워드, 자신의 시대를 연장하다
헤밍웨이의 최후
재치에 대하여
리처드 윌버의 계율
창작이 상식을 벗어날 때
콘래드의 위대한 승리
피날레


편집자 리뷰

당대를 대표하는 전방위 비평가 클라이브 제임스,
그가 인생 최후의 순간에 펼쳐 보인 담대한 독서 편력

20세기를 넘어 지금 이 순간까지 동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비평가로서 자리매김해 온 클라이브 제임스의 주옥같은 최신 비평을 골라 엮은 『죽음을 이기는 독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클라이브 제임스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펨브로크 칼리지에서 ‘퍼시 비시 셸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0년대부터 10여 년간 《옵저버》의 텔레비전 비평가로 활약하였다. 이후 영국과 미국, 호주를 무대로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비평을 기고하였고, 《호주 북 리뷰》, 《뉴욕 북 리뷰》, 《타임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등과 지속적으로 작업하며 단행본도 출간하였다. 그중 인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 문학과 예술을 열렬히 예찬한 『문화적 기억 상실증』은 각종 매체에서 ‘2007년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클라이브 제임스는 갑작스레 백혈병 진단을 받고 험난한 투병 생활 중에도 《데일리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에 꾸준히 글을 게재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기지를 과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영제국훈장’, ‘호주국가훈장’을 받았고, ‘영국왕립문학회’의 회원으로 지명되었다.

이 책에서 나는 이따금 다음과 같은 철학적 신념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결국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당신이 책에 관해서 가장 먼저 의식하게 되는 것은 책이 가진 힘이고, 책의 힘이란 결국 생각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신은 책을 집어 들 때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 책들은 공동묘지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마다 끝없이 달린 반짝거리는 거울의 목가적인 전시장이다. 그 미지의 세계가 캄캄해 보이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지식을 더 늘리려 하지 않지만, 바로 그 지식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본문에서

『죽음을 이기는 독서』는 클라이브 제임스가 백혈병 확진을 받은 2010년 이후에 하나하나 쓰기 시작한 다채로운 문화 비평 중에서도 특별히 매혹적인 글만을 엄선해 엮은 책이다. 저자 스스로 말하듯 이 책은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니다. 백혈병은 그 자체로도 위험한 병이지만, 고령의 노인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를테면, 언제 삶의 불이 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책을 기획할 만큼 여유를 부릴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저자는 자신의 이력에 신간 제목을 추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매 순간 성큼성큼 다가오는 최후의 순간과 맞서 싸우기 위해 책을 읽고,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고, 잊혀 가는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한 글자 한 글자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고, 그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한 자신의 최후를 뚜렷이 알기 어렵다. 막연히 죽음을 기다리느니 그동안 책을 읽으며 삶을 즐기는 편이 낫다. 저자 클라이브 제임스는 시력만 온전하다면, 아니 청각(오디오북)뿐일지라도 살아 있다면, 누구든 죽음이 닥쳐올 그때까지 능히 해낼 수 있는 독서를 한번 해 보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누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 말했던가! 어쩌면 ‘독서’야말로 우리가 죽음과 당당히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거기엔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자리한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까.

콘래드, 헤밍웨이, 제발트와 「왕좌의 게임」, 최신 영화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이면과 인생의 심연을 꿰뚫어 보는 비평의 정수

『죽음을 이기는 독서』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저자가 만년에 쓴 비평집이지만,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신랄하고 생명력 넘치는 문장은 클라이브 제임스의 청·장년기를 연상하게 할 만큼 번뜩이고,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는 글에 깊이를 더한다. 특히나 그의 문학적 우상이자 평생의 수수께끼라 할 만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분석은 유독 남다르다. 그뿐 아니라 일흔여섯(출간 당시의 나이)의 노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편견 없고 광범위한 관심사는 이 책에 색다른 매력을 더한다. 대학 시절에 지루하게 읽었던 콘래드의 책이 돌연 새로운 각도에서 흥미롭게 보이는가 하면,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연작 소설이 마르셀 프루스트, 올리비아 매닝 등 거장들의 작품과 어깨를 견주며, 벌써 가득 차 버린 새 책꽂이를 위협해 오는 「왕좌의 게임」 DVD와 씨름하기도 한다.

콘래드의 예술적 본능은 초자연적이고 정신적인 위로에 반대한다는 증거였고, 우리의 예술적 본능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학살의 시대는 지적 사기꾼들의 시대이기도 하다. 세상에 일어난 일들을 해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솔직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콘래드는 동시대 다른 작가들보다 먼저 정치적 성인기에 접어든 작가였고, 다른 작가들이 정치적 성인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그들은 겨우 콘래드의 무릎까지밖에 미치지 못했다. -본문에서

안타깝게도 한층 더 아래로 내려가면 시각화의 지속적인 힘 밑에는 치유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그는 자신의 성적 본성에 들어 있는 이중성을 한 번도 정면으로 파헤치지 못하고 오로지 암시만 했다. 다른 모든 제약에 저항하는 작가에게도 자신의 내면만큼은 금기 사항이었다. 그에게 최고의 비극은, 그토록 오래도록 회자되며 그 자신의 위대한 주제가 될 수도 있었던 자신의 최후에 대해서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 대중 매체의 기생충 같은 인간들은 솔직함을 약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고, 헤밍웨이에게 그들은 너무 두려워서 피할 수도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의 유일한 탈출구는 자신을 파괴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미학적인 측면에서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에 반대했어야 옳았다. 그의 자살로 주변은 난장판이 되었고, 그가 사랑한 사람들, 그 스스로 그들에게 짐이 된다고 느끼던 사람들이 그가 남긴 난장판을 치워야 했다. 그것은 당당하지 못하고 용기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최후를 이토록 안타까워하는 걸 보면 그가 얼마나 훌륭한 인물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본문에서

클라이브 제임스의 날카로운 눈은 민감한 사회적 이슈뿐 아니라 2차 세계대전과 히틀러, 현대 미국 정치와 할리우드의 뒷이야기, 이스라엘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공간과 주제를 초월해 종횡무진 파고든다. 또 우리나라 독자에겐 다소 낯선 앤서니 파웰, 필립 라킨, 리처드 윌버, 스티븐 에드거 등 거장이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작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독서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이에겐 더없이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그리고 비평 곳곳에서 예술과 도덕,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견지에서 정교하게 해명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인간에게 ‘재치’란 어떤 의미인지, ‘상식에서 벗어난 창작’이 어떠한 운명을 떠안게 되는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유추가 작품의 ‘리얼리티’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작가에게 ‘자기 비평’이 (창작 못지않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매우 논리적이고 명쾌한 문장으로 들려준다. 끝으로 저자 클라이브 제임스는 마치 자신의 한평생을 총결산하듯(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피날레」다.) 비평가의 책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는 “비평가는 ‘내가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보라.’가 아니라 ‘이걸 보라. 얼마나 훌륭한가.’라는 말을 하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젊은이들이 당신의 무덤을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하려면 거기에는 뭔가 좋은 글이 쓰여 있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이 글을 비롯한 자신의 모든 비평이 이젠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의연히 선언한다. ‘클라이브 제임스’라는 한 인간은 분명 죽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과 맞서 싸우며 완성해 낸 이 절절한 기록만은 영원히 살아남을 터다. 이 책은 하나의 위대한 승리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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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제임스

호주 출신의 자서전 작가이자 시인, 번역가, 비평가, 방송인이다. 자서전 연작 『믿을 수 없는 회고록(Unreliable Memoirs)』, 모든 비평적 역량을 발휘해 완성한 『문화적 기억 상실증(Cultural Amnesia)』, 2017년에 발표한 시집 『연장 시간(Injury time)』에 이르기까지 삼십여 권의 책을 발표했다. 1962년부터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2010년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병과 싸우는 와중에도 《가디언》 등 유명 일간지에 지속적으로 글을 발표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날카로운 비평과 아름다운 문장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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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옮김

한국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광고대행사와 음반사, 영화기획사를 거쳐 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옮긴 책으로 『거장처럼 써라』, 『역사, 진실에 대한 이야기의 이야기』, 『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히틀러의 철학자들』, 『사회주의 100년』(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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