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비노 전집] 모든 우주만화

원제 Tutte Le Cosmicomiche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8년 3월 19일 | ISBN 978-89-374-4344-2

패키지 변형판 130x210 · 488쪽 | 가격 17,000원

책소개

소설의 미로를 종횡무진하며 현대 환상 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거장

과학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으로 창조해 낸 기상천외한 우주 기원 신화

 

 

▶ 칼비노는 알베르토 모라비아,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20세기 이탈리아의, 그리고 유럽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이다. —《뉴욕 타임스》

 

▶ 이탈로 칼비노는 20세기 문학계의 가장 톡톡 튀는 발명가이자 혁신가이다. —《가디언》

 

▶ 칼비노는 『모든 우주만화』에서 아직 형성되지 않은 현실, 그리고 생성되어 가는 우주를 묘사하면서 우리 삶의 철학적 문제들을 한 발치 멀리서 바라보게 한다.—「작품 해설」 중에서

편집자 리뷰

『모든 우주만화』는 이탈로 칼비노가 과학 서적을 읽고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환상적 상상력을 더해 쓴 단편집으로, 칼비노 고유의 환상성을 언뜻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천체물리학 등 과학 분야와 접목시킨 작품이다. 그의 환상적 상상력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모든 우주만화』는 전작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등에서 두드러졌던 동화성을 뛰어넘어 과학과 수학적 관점 속에서 상상력을 발현한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 과학 소설의 범주와는 궤를 달리한다. 공상 과학 소설들이 우주의 미래를 상상하며 있음 직한 세계를 건설한다면 이 소설은 그와 반대로 ‘기원 신화’에 가깝다. 과학이 밝혀 낸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는 우주가 발전해 온 각 순간의 장면을 인간적 차원으로 응시하며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칼비노는 “인간은 자신의 상상력을 통하여 우주의 지속적인 자체 형성에 기여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우주만화』는 그의 그러한 태도가 유감없이 빛을 발하는 소설로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전달할 것이다.

 

 

과학을 가장 문학적인 방식으로 그려 낸 과학 우화

 

『모든 우주만화』는 1965년과 1967년에 각각 발표된 『우주만화』와 『티 제로』, 그리고 1968년에 출판된 『세상의 기억과 다른 우주만화』, 1984년에 출판된 『오래된 우주만화와 새로운 우주만화』에 수록되었던 단편들을 총망라한 작품이다. 민음사에서는 초반본 『우주만화』에 이어 『모든 우주만화』까지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을 모두 출간했다. 칼비노는 한 번 출판된 단편들이 다른 책에 수록되면 다른 단편들과 함께 뜻밖의 의미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모든 우주만화』의 단편들은 문학과 다른 학문과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대한 탐구와 실험의 결과로 탄생했는데, 칼비노는 우주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주가 생성되는 ‘거대한 과정’들을 ‘인간적 차원’으로 축소시켜 보여 주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한발 떨어져 현실을 바라보고 수용하려 했다. 또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의식, 진보, 역사 그 자체의 가능성을 문학적인 입장에서뿐 아니라 철학이나 과학의 입장에서도 보려고 시도했다.

 

독특한 인물, 독특한 상황으로 구성한 우주 기원 신화

 

『모든 우주만화』는 단편 소설 모음집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소재와 구조, 문체 면에서 단일한 텍스트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각 이야기들은 상이한 주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때로는 다른 이야기에서 파생된 주제를 탐구하기도 하므로,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잃지 않는다.

『모든 우주만화』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해서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낸다. 독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러한 인물들은 이야기에서 고유한 의미를 전달한다. 여성적인 인물들은 현실의 질서와 동일시되며 문명 이전 선사 시대의 자연적인 질서, 안정성과 결속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들은 땅의 심장으로 사라져 버린다. 「물고기 할아버지」의 르르르와 「동이 틀 무렵에」의 즈’드(으)n, 「색깔 없는 시대」의 아일이 바로 이런 인물이다. 반면 남성적인 인물들은 새로움, 다름, 진화를 상징한다. 남성 인물의 중요한 성질이자 문명의 시발점이 되는 새로움에 대한 열망, 다름에 대한 탐구는 무질서와 일치한다. 남성 인물들에 의해 새로운 상태가 실현되지만 그것은 질서로부터 오는 행복과 일치하지도 않고, 그것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완벽한 세상, 즉 여성 인물들로 상징되는 세상은 ‘사라진’ 세계일 뿐이다.

『모든 우주만화』의 소설들은 우주를 다루기 때문에 종종 공상 과학 소설과 혼동될 수 있지만 칼비노는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라고 밝힌다. 공상 과학 소설은 미래를 다루지만 이 소설은 ‘기원 신화’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상 과학 소설은 우리 세계와 동떨어진 것, 상상하기 어려운 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반면, 『모든 우주만화』의 소설들은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경험한 것들이나 일상생활과 거리가 있는 세계를 표현하려 하기 때문이다.

『모든 우주만화』에서 칼비노는 우주의 역사가 생성되어 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크프우프크의 의식이 형성되는 과정도 보여 준다. 즉 역사적 차원이 아니라 의식의 차원에서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보여 주기도 하는 것이다. 또 「공간 속의 기호 하나」나 「광년」처럼 기호학이나 글쓰기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거나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글쓰기 과정을 소설화한 메타 픽션을 통해 글쓰기의 존재 가치와 의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문학적 언어로 가 닿을 수 있는 우주적 깊이를 통찰한 역작

 

칼비노는 과학 서적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기록해 그것을 『모든 우주만화』의 소설들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특히 이미지를 중시했다. 이미지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은 환상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 문학은 이러한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해 낸 결과물이다. 이미지에서 문학으로, 그리고 문학에서 탄생한 이미지로 순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이다. 그는 『모든 우주만화』에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로도 환상을 자극하는 투명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모든 우주만화』에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현실, 그리고 생성되어 가는 우주가 묘사되어 있다. 그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우리 삶의 철학적 문제들을 한발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다. 『모든 우주만화』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답을 제시한다기보다 문제의 본질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존재 가능한 다양한 세계, 또 그 세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함으로써 무한히 열린 문학과 삶의 지평을 보여 준다.

 

 

 

■ 본문 중에서

 

보름달이 아주 낮게 뜨는 밤이면 밀물이 높이 솟았소. 달이 거의 바다에 잠길 정도였다니까. 말하자면 바로 몇 미터 위에 있었던 거요. 우리가 달에 올라가려 는 시도를 해 봤냐고? 당연히 해 봤겠지? 배를 타고 달 밑으로 가서 사다리를 달에 기대 놓고 올라가기만 하면 됐소.(12쪽, 「달과의 거리」)

 

나는 다시 지구를 돌아다녔고, 회색빛이었던 것들을 또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불은 빨간색이고 얼음은 하얀색이며 하늘은 하늘색, 흙은 갈색, 루비는 루비 색, 황옥은 황옥 색, 에메랄드는 에메랄드 색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아일은? 내 상상력을 다 동원해도 내 눈앞에 나타날 그녀의 모습은 상상할 수가 없었지요.(74쪽, 「색깔 없는 시대」)

 

“바다는 무한해.” 르르르가 말했소.

“멍텅구리 늙은이가 하는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세상은 다리를 가진 자의 것이야. 물고기의 것이 아니라고. 알잖아.”

“그분이 하나밖에 없는 분이라는 것을 알아.” (중략)

“대체 뭘 하고 싶은데, 그 늙은 물고기와 단둘이서?”

“결혼. 그분과 같이 물고기로 돌아가는 거야. 세상에 다른 물고기들을 낳는 거지. 안녕.”(101~102쪽, 「물고기 할아버지」)

 

공룡의 출현은 흔적을 남겼소. 공룡에 대한 그들 모두의 생각은 슬픈 종말의 개념과 연결되었다오. 이제 그들은 동정과 연민이 섞인 말투로 우리 공룡들의 고통을 이야기했소. 그들의 이런 동정에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오. 무엇에 대한 연민이란 말이오? 만약 우리 종족이 완벽하고 풍부하게 진화를 완성했더라면, 우리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지구를 지배했을 것이오. 우리의 절멸은 우리의 과거에 걸맞은 위대한 에필로그였소.(133쪽, 「공룡들」)

 

……“죽을 만큼 사랑한다.”라는 내 말은 여러분이 생각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의미합니다. 크프우프크가 말을 계속했다. 여러분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다른 사람 또는 어떤 것, 뭔지 모를 어떤 것을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지요. 간단히 말해 나는 여기 있고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저기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관계의 삶과 연결된 관계죠. 하지만 지금 나는 여러분에게 내가 그 어떤 것과도 관계를 맺기 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247쪽, 「유사 분열」)

 

당신들은 자신을 지구인이라고 부르지만 무슨 권리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군요. 당신들의 진짜 이름은 지구 외부인, 그러니까 외부에 사는 사람이지요. 나처럼, 또 당신들이 속임수를 써서 그 황량한 외부로 데려갔던 그날까지의 르딕스처럼 지구 안에 사는 사람이 지구인입니다.(389~390쪽, 「암석 하늘」)

 

내가 여러분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무언가가 존재했던 순간부터, 다른 게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그 무언가가 우주가 되었다는 것과 그 이전에는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전과 그것이 존재하게 된 이후가 있게 되었다는 것뿐입니다. 말하자면 그 순간부터 시간이 존재하기 시작했고 시간과 더불어 기억이, 기억과 더불어 기억을 하는 누군가가 존재하게 된 겁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아니, 나중에 나임을 깨닫게 될 무언가가 존재하게 된 거지요.(439쪽, 「무(無)와 아주 약간」)

목차

우주만화

 

달과의 거리…… 11

동이 틀 무렵에…… 30

공간 속의 기호 하나…… 45

모든 것이 한 지점에…… 57

색깔 없는 시대…… 64

끝없는 놀이…… 78

물고기 할아버지…… 87

얼마 내기할까…… 103

공룡들…… 115

공간의 형태…… 139

광년…… 151

나선…… 167

 

티 제로

 

1 크프우프크의 다른 이야기들

 

물렁한 달…… 189

새의 기원…… 200

결정체들…… 215

피, 바다…… 227

 

2 프리실라

유사 분열…… 247

감수 분열…… 265

죽음…… 277

 

3 티 제로

티 제로…… 287

추격…… 304

한밤의 운전자…… 320

몬테크리스토 백작…… 330

 

다른 우주만화 이야기

 

버섯 같은 달…… 349

달의 딸들…… 361

운석들…… 377

암석 하늘…… 389

태양이 지속되는 한…… 399

태양 폭풍…… 409

껍질과 시간…… 422

세상의 기억…… 428

 

새로운 우주만화

 

 

무(無)와 아주 약간…… 439

내부 폭발…… 450

 

변형된 우주만화

 

또 다른 에우리디케…… 459

 

작품 해설…… 471

작가 연보…… 479

작가 소개

이탈로 칼비노

1923년 쿠바에서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랐다.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이탈리아 공산당에 가입해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했으며,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조셉 콘래드에 관한 논문으로 졸업했다. 1947년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한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로 이루어진 ‘우리의 선조들’ 3부작과 같은 환상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한 철학적, 사회참여적인 작품, 『우주 만화』같이 과학과 환상을 버무린 작품,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 관계를 탐구한 『교차된 운명의 성』과 하이퍼텍스트를 소재로 한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같은 실험적인 작품, 일상 가운데 존재하는 공상적인 이야기인 『마르코발도』, 『힘겨운 사랑』 등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1972년 후기 대표작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발표해 펠트리넬리 상을 수상했다. 1981년에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84년 이탈리아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의 ‘찰스 엘리엇 노턴 문학 강좌’를 맡아 달라는 초청을 받았으나 강연 원고를 준비하던 중 뇌일혈로 쓰러져 1985년 이탈리아의 시에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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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탈로 칼비노 연구로 비교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수여하는 국가 번역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이탈로 칼비노의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힘겨운 사랑』, 『보이지 않는 도시들』외에 『태연한 척할래』, 『이것이 인간인가』, 『침묵의 음악』,『바우돌리노』, 『권태』,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미의 역사』,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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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2)

독자 평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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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태초의 우주부터 현재의 인류까지를 아우르는 상상력.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이 되어볼 수 있는 황홀한 경험.

밑줄 친 문장

그의 용감한 행동에는 아무런 목표가 없으며 어떤 실제적인 결과에 도달하려는 생각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뿐만아니라 멀어져 가는 달을 돕기 위해, 먼 궤도를 도는 달과 함꼐 돌고 싶어서 그렇게 달을 밀어 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소.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만화
아노말리사 2021.11.24
우주 사실들을 상상으로 엮는다면
조은영 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