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도서목록 | 보도자료 게시판 프린트 | 읽기도구 닫기

조이와의 키스


첨부파일


서지 정보

배수연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8년 2월 9일

ISBN: 978-89-374-0864-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36쪽

가격: 9,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244

분야 민음의 시 244, 한국 문학


책소개

맵고 탁한 세계를 와락 끌어안는,

그대를 속이는 삶을 향해 키스를 보내는,

조이의 생활 방식

 


목차

■차례

시인의 말

1부
여름의 집
조이와의 키스
오로라 꿈을 꾸는 밤
청혼
조이와의 여행
비숑큘러스
기념일
닥터 슬럼프
트럼펫 트램펄린
조이라고 말하면 조이라고
고백
우리들의 서커스

2부
태어나자마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다 1
지붕 수집가
살아 있는 생강
한모금 씨 이야기
오렌지빛 줄무늬 교복
병원놀이
그는 참 좋은 토스트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다 2
우리에게 시가
메헤뿔의 요리사
코스타리카의 팡파레
엉덩이가 많은 정원

3부
바람 부는 날의 미소
주머니 없는 외투
생일
SINKHOLE
파이프오르간이 없는 집
저, 수지

조이의 당근 밭
크리스마스 해피밀
8에게
방주
추락자들
야간 비행
다음 계절
피터팬케이크

4부
유나의 맛
격자무늬 풍경
물과 방과 우울
Set
푸딩
11.6
여태
내가 노인이었을 때
비행하는 새들이 다리를 숨긴다
유기견
11.2
바늘 허공
깃발
휴일

작품 해설–양경언
기쁨은 어떻게 오는가


편집자 리뷰

2013년 《문학수첩》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배수연 시인의 첫 시집이 민음의 시 244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 『조이와의 키스』로 첫 인사를 한 ‘조이’는 박하사탕을 와작 씹었을 때 퍼지는 강렬한 향처럼 우리에게 온다. 슬픔이 만연한 세상에 찾아온 기쁨은 반가운 동시에 낯설다. 그러나 조이가 시종일관 던지는 농담, 엉덩이를 흔들며 추는 춤은 불쾌한 삶을 유쾌하게 살아 내려는 최선의 몸짓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 삶의 단맛부터 매운맛까지 전부 느끼겠다는 의지다. 배수연은 생의 모든 맛이 담긴 사탕 바구니 같은 시집을 우리에게 내민다. ‘엔조이(enjoy)!’라고 외치며. 혹시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 당신에게 생의 단맛을 잊지 않기를 제안한다.

 

■그렇게 기쁨(joy)이 된다

졸린 조이는 테이블 위로 홍차를 쏟을 것이다
테이블보는 내 옆에 널릴 것이고 나와 태양은 숨은 얼룩을 다시 찾아낼 것이다

*
자주 물구나무를 서는 조이
다리 사이로 발목을 감사는 매끄러운 얼굴
거꾸로 선 사이 신발 위로 구름처럼 흘러갔을 조이의 유년

―「조이와의 키스」에서

배수연의 첫 시집 『조이와의 키스』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조이’라는 이름의 시적 자아다. 『조이와의 키스』는 농담과 비명이 빼곡히 적힌 일기, 혹은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집 같아서 우리는 그 안에서 생의 시간을 보내는 조이와 마주하게 된다. 한 권의 시집 안에서 조이는 자란다. 진실을 향해 깔깔 웃는 심술궂은 유년의 모습에서 삶을 향해 조용히 미소 짓는 성년의 조이로. “벌써 세상이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마지막 긍정을 지닌 채로(「고백」). 공기처럼 자욱한 폭력의 한가운데서 자란 조이는 ‘그래도 삶 쪽으로’ 윙크를 보낸다. 흰 테이블보에 홍차를 쏟고,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거꾸로 보는(「조이와의 키스」) 장난기 어린 조이의 시선은 말하자면 시인 배수연이 보여 주는 생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여기저기에 기쁨(joy)을 흩뿌려놓은 시인 덕분에 우리는 팅커벨처럼 조이를 어깨 위에 앉힌 채 시집을 읽어 가게 될 것이다.

■용감해지는 주문을 외워 볼래?

애인이 사뿐히 받아 올린
비숑
거리로 나와 코너를 돌자
엉덩이를 흔들며 반짝이는
큘러스

애인아
우리에게 슬픔이 있다면
짖지도 못해 모가지를 꺾고 죽는 일은 없을 거야

―「비숑큘러스」에서

세계의 거대함에 위축되지 않기 위해 시인은 거듭 주문을 외운다. ‘더 가볍게, 더 장난스럽게.’ 그러나 주문이 걸린 현실은 참혹하다. “우리 반 회장이고 정육점 집 딸”인 ‘나’(「오렌지빛 줄무늬 교복」)는 배수연 시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현실의 소녀다. 그가 심심치 않게 마주하는 이들은 “주사 맞기 싫으면/ 선생님 뺨에 입을 맞춰” 보라고 말하는 의사(「병원놀이」), “유난히 손목이 가느다란 여자애들을 좋”아하는 “그분”이다(「방주」). 이들은 아주 쉽게 여자아이들을 다치게 할 수 있고, 시인은 세상이 그런 존재들에 의해 굴러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타락한 세계가 고착화되는 속도와 비슷하게 소녀는 자랐을 것이다. 『조이와의 키스』는 그 숨 막히는 성장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배수연은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세계에서 성장해야 할 소녀들을 위해 시를 쓴다. ‘더 가볍게, 더 진지하게.’ 기존 세계가 지닌 서열을 사뿐히 무시하며 문제에 힘껏 개입하는 것이다.

 

■추천의 말

오늘 우리가 읽은 배수연의 방식을 이르러, 별다른 방편이 없다면 스스로 무너지기 십상인 이 세계에서 자신을 수호하기 위한 최선의 몸짓이라고 해도 될까. (……) 시인의 사적인 구원에의 갈망은 시 곳곳에 기쁨(joy)을 맞이하는 통로를 마련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지옥 같은 ‘지금 이 순간’을 감당하기 위해 일구는 공공 작업의 진행으로 전환된다. 자기 자신을 살리는 방식을 알고 있어야 자신이 사는 세상도 살릴 수 있는 법이다. 배수연은 살기 위해,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기쁨과 만난다.

―작품 해설에서 / 문학평론가 양경언

 

■본문에서

우리가 함께 서 있을 때에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나의 지친 헝겊들을 네가 알아봐 줄까
너의 외투 속을 날아다니는 작은 새
그 새의 둥지를 부수지 않고
너를 꼭 안아 줄 수 있을까

―「청혼」에서

우리는 일부러 하품을 크게 했지만
한 번도 서커스 단원들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커다란 단지에 눈물을 쏟고 코끼리 여물을 삶았습니다
뜨거운 김을 쐬어 눈알을 씻으면
천막 밖으로 아직은 너그러운 바람과
누구도 보지 못한 짐승의 냄새

―「우리들의 서커스」에서

지붕들의 배치는 어떻습니까
딱히 지붕이랄 것도 없는 빌딩들은 불행한 번역처럼 서 있습니다

(……)

거인은 어떤 지붕 아래도 들어갈 필요가 없으므로,
거인입니다
나는 가져온 지붕들을 모아 놓고 잠이 듭니다
지붕들은 내게 잘 보이려는지 오래도록
헝클어진 정수리를 다듬습니다

―「지붕 수집가」에서

읽어버린 머리카락과 성에들이 엄마야 거울 안에서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 아차! 미소는 얼굴을 움켜쥐고 후드를 붙잡고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고 냉동실에 쌓인 거울 위에 미소의 지문이 차가워지고 똑똑― 누군가의 안부가 부러지고

―「바람 부는 날의 미소」에서


작가 소개

--

배수연

배수연

198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와 철학을 전공했다.

2013년 《시인수첩》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