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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척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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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파올라 프레디카토리 | 옮김 이현경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ISBN: 978-89-374-3491-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0 · 308쪽

가격: 14,000원

분야 외국 문학,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엄마가 돌아가셨다.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낯선 소년 ‘제로’가 나타났다.

 

***

 

 

“행복이 다시 찾아와도 태연한 척할래

행복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행복이 다시 찾아와도 아무 말 하지 않을래

못 본 척하고 말래“

 

 

외로움, 그리움, 괴로움…

차가운 겨울 창문에 어린 성에처럼 연약한 십 대

그 시절의 반짝이던 한순간을 그린 작품!


목차

태연한 척할래 9


편집자 리뷰

십 대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 막막하거나 공허했거나 아팠던 기억을……. 그 시절 겪어 냈던 경험들은 성인의 자신을 규정짓고 인생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이탈리아 소설 『태연한 척할래』의 주인공 알레산드라는 고등학교 때 갑자기 암으로 엄마를 잃는 아픈 일을 겪는다. 아주 어릴 적 아빠가 떠나고, 엄마와 외할머니와 살아온 알레산드라에게 엄마의 죽음은 마치 세상과의 단절과도 같은 경험이다. 엄마와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어둡고 생각이 많은 자신과 달리 엄마가 보이던 밝은 웃음과 에너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알레산드라에게 커다란 고통과 후회로 다가온다. 그녀는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일상을 일기를 쓰고 수영을 하며 버텨 나간다. 그리고, 우연히 ‘제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외로운 남자애 가브리엘레와 친해지게 된다. 처음엔 함께 어울려 다니던 아이들을 피해 교실 맨 뒤의 남는 자리에 앉으려는 것이었다. 옆자리에 왕따 가브리엘레가 있었지만 아무 상관 없었다. 그가 무슨 행동을 하든, 학교에 얼마나 안 나오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눈빛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외롭고 차가운 러브 스토리가 시작된다.

 

 

제로와 제타, 두 아웃사이더의 안식처 제로랜드

그곳에서 보낸 추운 겨울

 

소설 속에서 제로가 앉는 교실 뒷자리는 일명 ‘제로랜드’이다. 아무도 그에게 말 걸지 않고, 심지어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여기는 공간. 그 제로랜드에 허락 없이 침범한 알레산드라는 상처를 지닌 가브리엘레를 알아보고, 스스로 ‘제타(알파벳 Z)’가 되기로 한다.

 

제로와 제타, 극단적인 커플이다. 보이지 않는 남자와 그림자 여자, 두 명의 짝. 더 이상 할 말이 없다.(46쪽)

 

알레산드라는 제로가 얼마나 그림에 재능이 있는지 눈치챈다. 이유 없이, 옆자리에 앉은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그가 결석한 날이면 걱정되어 괜히 그의 집 근처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제로는 매정한 의붓아버지와 무능력한 친엄마 때문에 방황하고 있었고, 그림에 재능은 있지만 그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여력이 없었다. 학교를 졸업할 의지조차 사라져 하루빨리 벽돌공이 되어 돈을 벌 생각을 하는 제로에게, 가브리엘레는 안타까움이 든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고 점점 대화를 하게 되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점점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다. 아무도 묻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생각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각자가 지닌 아픔에 대해 나누면서, 추운 제로랜드에도 따뜻하고 두근거리는 공기가 감돈다.

 

 

공허와 무의미밖에 느껴지지 않던 하루하루에서

두려운 미래를 덤덤하게 맞이하게 될 날까지의 기록

 

알레산드라는 엄마를 잃은 후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을 받는다. 제로에게 다가서고 싶지만 이들의 관계는 서툰 만큼 삐걱거린다. 알레산드라는 제로가 학교를 졸업하고 그림 공부를 계속하길 바라지만, 제로에게 학교 졸업은 중요하지 않다. 또 서로가 가진 아픔에 매몰돼 때로는 상대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금방 후회할 일도 저지르고 만다. 이들에게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자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 어디에선가 혼자 있을 수 있을 텐데. 내 인생은 멈춰 선 채로 앞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52쪽)

 

그렇게 신열 앓듯 힘겹게 보낸 겨울이 지나고 결국 이들은 각자의 걸음을 한 발짝씩 떼고 성인이 되는 관문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둘만의 안식처였던 제로랜드를 기억 속에 간직하게 된다.

 

제로랜드는 내가 몸을 숨겼던 공간이야.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고 영원히 그러리라는 걸 알려야 했을 때 내가 상륙했던 곳이야. 거기 네가 있었어. 넌 텅 빈 왕국의 왕이었지. 제로랜드가 그립지 않니?(294쪽)

 

『태연한 척할래』라는 제목은 속은 여리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괜찮은 척’하는 청소년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한다. 함부로 누구를 사랑했다 하기도, 함부로 무엇에 빠져들었다 하기도 애매한 시절의 기억을 공유한 두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이 작품은 섬세하고 여린 문체로 알레산드라와 가브리엘라, 제타와 제로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간직한 불안했던 한 철의 기억을 소환하는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아련한 감동을 남길 것이다.

 

 

■ 줄거리

알레산드라는 엄마와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이다. 아빠는 아주 어릴 적 엄마와 이혼하고 소식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삼 대 여자들의 끈끈한 가족 관계는 엄마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게 된 후 끝나 버린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자 반 아이들은 걱정하는 척했지만 곧 잊어버리고, 알레산드라는 그런 아이들과 점점 멀어져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어느 날 그녀는 반 아이들 사이에 왕따로 통하는 ‘제로’라는 남자애 옆자리에 갑자기 와 앉아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반항심에 앉은 것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로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자신이 혼자라고 느껴질수록, 또 다른 ‘혼자’인 제로에 대해 궁금해진 알레산드라. 이들은 천천히 한 발짝씩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 본문 중에서

 

엄마가 신장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때와 똑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려움이 내 피와 뒤섞여 심장에 도달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엄마는 서른일곱 살이었고 이름은 안나였다. 엄마는 이 년 뒤 세상을 떠났다.(11쪽)

 

아이들은 제로 같은 애와 사귀지 않았다. 그리고 만일 사귀는 애가 있다면 그 애는 어느 그룹에서도 끼워 주지 않는 왕따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어쨌든 우리 중 누구도 제로가 학교에서 누군가와 어울리는 걸 본 적이 없었다.(24쪽)

 

삶이 계속 앞으로 나간다고 말한 사람은 바보다. 그렇지 않다. 삶은 멈춰 서 있다. 시간은 앞으로 나가지만 삶은 자신의 내부에서 수도 없이 멈춰 서서 당신이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당신이 멈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오늘 여기 맨 끝줄에 앉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저항할 것이다. 나는 삶이 나의 의지 없이 어느 곳으로도 끌려가지 않기를 원한다.(27쪽)

 

체칠리아가 슬며시 웃더니 치마를 가져가며 안 된다고, 내가 입으면 치마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무엇보다 그 애 친구가 비곗덩어리 쳐다보듯이 나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체칠리아가 말랐고 내가 뚱뚱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린 친구인데 뚱뚱하고 마른 게 왜 중요하단 말인가? 우리 몸이 우정과 무슨 관계가 있나?(28~29쪽)

 

나는 쉬지 않고 물을 가로지를 때처럼 호흡에 집중하고 팔을 저을 때마다 만들어지는 파란 물보라에 집중한다. 갑자기 수영장 벽이 사라지는 상상을 하면 즐겁다. 그렇게 되면 나는 드디어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고 다시 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그렇게 앞으로 나갈 수 있을 테니까.(30쪽)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 어디에선가 혼자 있을 수 있을 텐데. 내 인생은 멈춰 선 채로 앞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52쪽)

 

만일 엄마 같은 성격의 또래 여자 친구를 만났다면 그 애와 내가 절친한 친구가 되었을 거야. 확신해. 그리고 엄마에게는 그렇게 못 했지만 그 애에게는 훨씬 너그러웠을걸. 난 엄마의 쾌활한 성격이 좋았어. 가끔 그 쾌활함이 어리석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척하며 거부했지만 말이야. 어쨌든 나의 분노는 깊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듯했지. 지금 엄마의 쾌활함이 너무나 그리워,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친구처럼.(63쪽)

 

나는 겨울을 사랑한다. 내 몸을 감싸고 나를 보호해 주는 안개와 비로 가득한 도시의 추위를 사랑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 더위와 여름과 샌들에 대한 건강한 사랑을 과시하

는 게 균형 있는 사람의 상징이다. 만약 그 반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날 우울증 환자로 취급할 것이다.(70쪽)

 

제로 더하기 제로가 얼마야? 난 오늘 밤 너보다 더 제로야.(86쪽)

 

사람이 죽는다는 건 그런 것이기도 한 것 같다. 어떤 물건들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어떤 방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것. 우리는 기억의 무게와 함께 과거로 가지 않기 위해 과거를 가두어 버린다.(103쪽)

 

엄마가 토요일 밤 화장을 하고 혼자 춤을 추러 가면 온갖 나쁜 생각을 했다. 엄마는 경솔한 사람이어서 말썽만 일으키고 절대 성장하지 않으리라는 생각들.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

다. 난 괴로워하는 엄마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엄마를 보면 실의에 빠졌고, 그때까지 나를 보호해 주던 작은 집을 누군가가 입으로 세게 불어 그 집이 얼마나 허약한지 알려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엄마가 강해져서 위기에 대처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꿋꿋하게 서 있는 여자가 되길 바랐다. 우리 반 친구들의 엄마들처럼 배려심 있고 차분하게 가정생활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완성되고 완벽한 엄마를 원했다. 비록 본모습은 그렇지 않더라도 믿음직한 엄마를 원했다. 위선자나 이기주의자라도 상관없었다.(119쪽)

 

제로랜드는 내가 몸을 숨겼던 공간이야.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고 영원히 그러리라는 걸 알려야 했을 때 내가 상륙했던 곳이야. 거기 네가 있었어. 넌 텅 빈 왕국의 왕이었지. 제로랜드가 그립지 않니?(294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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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라 프레디카토리

1967년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세니갈리아에서 태어나 밀라노에 살고 있다. 언어와 문학을 전공한 후 출판업에 종사하며 청소년을 위한 글을 써 왔다. 2012년 『태연한 척할래』로 문단에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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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탈로 칼비노 연구로 비교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수여하는 국가 번역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이탈로 칼비노의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우주만화』, 『보이지 않는 도시들』 외에 『이것이 인간인가』, 『침묵의 음악』, 『바우돌리노』, 『권태』,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미의 역사』,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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