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흑발

김이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7년 9월 22일 | ISBN 978-89-374-0859-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60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모든 페이지가 끔찍한 스토리인 이 세계를

끝내 마저 사랑하고야 말겠다는

시인의 고백 

편집자 리뷰

오독과 오기를 감수하며 불손한 감각과 아름다운 언어로 매 시집마다 새롭고 유려한 세계를 보여 준 김이듬 시인의 새 시집 『표류하는 흑발』이 ‘민음의 시’ 239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표류하는 흑발』을 통해서 도발적인 탄식으로 공동체의 폐부를 찌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이 세상을 마저 사랑하려 함을 고백한다.

 

 

■ 우리는 사랑하고 악하고 춤춘다

 

김이듬의 시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층적인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대부분 불가피하게 사람이지만, 조금 모자라게 살아 있는 인간이다. 시인은 세계의 표면에 겨우 서 있는 존재들을 거침없고 솔직하게 호명한다. 연민이자 자애의 태도가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환대의 제스처가 아닌 의도된 오해와 위악적인 해석으로 김이듬의 시는 인물들을 보듬고,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김이듬은 세계의 표면에 방류된 모든 존재를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자책하고 자학하면서도, 자책과 자학의 원인을 제공한 세계를 놓지 못하고, 남아 있는 사랑마저 나 쏟아 버릴 태세로 시편들은 되레 침착해진다. 보편적인 사랑이 아닌 부작용의 사랑으로, 일관되어 미끄러지는 세계의 내면 아닌, 울퉁불퉁하고 까끌까끌한 세계의 표면을 걷는데 『표류하는 흑발』은 주저함이 없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은 경쾌한 스텝이 되고, 균형을 잡으려는 몸짓은 유연한 웨이브가 된다. 시인은,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 마저 이 세상을 다 사랑할 것처럼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으며 그리하여 입체적이게 된 김이듬의 세계는 기어이, 공동체의 폐부로 육박해 들어온다. 우리는 1세계에서 은근한 인종차별에 시달리는 소수자였다가, 서울 한복판에서 어두운 피부의 유학생과 노동자를 대놓고 차별하는 다수자가 된다. 세월호 사건에 슬퍼하고 감응하는 인간이며 동시에 이 세상에 그럭저럭 잘 맞춰 돌아가길 원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악한 사람임을 시인은 잘 알고 있다. 그것들을 모두 포용하고 포옹할 수 있을까?

 

김이듬이 선택한 방법은 표류하는 것들을 향한 춤이다. 세계와 삶의 배치를 바꾸는 몸짓이다. 이 춤(시)에는 다소 부작용이 있다. 사람들에게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기괴해 보일 수도 있고, 복잡해 보일 수도 있다. 어떤 반응이든, 김이듬이 부작용은 사랑하고 악한 독자 모두에게 모종의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작용/부작용이 시작된 독자의 삶은 그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표류하는 흑발』은 독자의 감각을 바꾸는 시집이 될 것이다. 마저 이 세상을 다 사랑할 것처럼.

 

 

■ 추천의 말

 

김이듬의 춤추기는 ‘가슴’(마음)보다 먼저 ‘젖가슴’(몸)을 옮기는 일이며, “이곳에 살기 위하여 피하고 흥분하고 싸우”는 것과 동등한 행동을 실천하는 일이다. 리듬을 느껴야 하고, 도래하는 ‘당신’과 ‘죽음’을 인정하고 포옹해야 한다. (……) 그렇게 ‘나’는 춤추고, “매순간의 나를 석방”한다. ‘나’의 안과 밖에서 평생 함께해 온 ‘피투성이 소녀’들도 함께.

-작품 해설에서│김수이(문학평론가)

 

 

한밤의 복도에 엎드려 김이듬의 시집을 읽는다. 닿을 듯 먼 곳을 표류하는 흑발을 애써 잡으러 위태롭게 오른손을 뻗는 자세가 된다. 그러나 잡히는 것 없이, 내 몸은 기운다. 이럴 때 균형을 잡으러 바닥을 짚는 왼손에 김이듬의 시는 집중하는 것 같다. 복도와 습지, 골목과 파견지의 바닥을 짚어 나간 왼손. 지난 생의 온갖 먼지와 이물질과 유리조각이 다닥다닥 붙은 손바닥. 나는 시집을 짚어 나갔던 두 손을 들어 소리 나게 마주치어 털며, 시집 『표류하는 흑발』이 우리의 마지막 실감이 될 것임을 강력하게 예감하는 것이다.

-서효인(시인)

 

 

■ 시 속에서

 

나는 간주된다 울리지 않는 전축

이 신음이 노래인 줄 모르고

마저 이 세상을 사랑할 것처럼

-「간주곡」에서

 

 

실제로 만나는 것만이 제대로인 만남인 시대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마지막 미래」에서

 

 

당신이라는 유령,

다가오는 죽음을 인정하고 포옹하면서

매 순간의 나를 석방합니다

나는 춤을 춥니다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나는 춤춘다」에서

 

 

검은 천사가 얽은 검은 얼굴로 말한다

괜찮아, 괴물아

우리는 사랑하고 우리는 악해

-「발코니」에서

 

 

목차

1부 이 신음이 노래인 줄 모르고

 

 

밤의 거리에서 혼자 13

젖은 책 14

간주곡 15

오월의 오후 18

게릴라성 호우 20

불우 이웃 22

자존심 25

물 위의 잠 26

각얼음 28

평범한 일생 30

살아 있는 시체들의 낮 32

마카롱 35

여기 사람 아니죠 38

 

 

 

2부 우리들을 사랑으로부터 구하소서

 

 

마지막 미래 43

표류하는 흑발 46

너의 스파이 48

행복한 음악 50

A4 52

내 치마가 저기 걸려 있다 54

철수 56

나선형 계단 59

옷걸이 60

이날을 위한 마비 62

인종차별 64

나의 수리공 65

한 사람 66

공중뿌리 68

딴따라 71

예술과 직업 72

 

 

 

3부 만약 착한 새가 있다면 노래하지 않을 테지

 

 

눈 오는 날 77

비탄 없이 가난한 78

하직 80

본능적으로 82

생존자 85

눈먼 여자였다가 88

파견지에서 90

직면 93

창가에서 94

육체 시계 96

그리다 만 여자 98

나의 악기가 되어 줄래 101

우연히 이곳에서 104

나는 춤춘다 106

 

 

 

4부 우리가 만난 날이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었으면

 

 

호명 111

뼈 악기 113

연희동 114

움(Womb) 116

푸드 트럭 119

늪 120

발코니 122

무익한 천사 124

복면을 쓰고 126

습기 없는 슬픔 129

그림자의 그림자 132

하반기 134

노량진 136

 

 

작품 해설│김수이

내 안-밖의 피투성이 소녀 139

 

작가 소개

김이듬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2001년 《포에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산문집 『디어 슬로베니아』, 『모든 국적의 친구』 등이 있다.

독자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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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은 2017.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