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책

원제 The Book of Mirrors

E. O. 키로비치 | 옮김 이윤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7년 9월 5일 | ISBN 978-89-374-3451-8

패키지 양장 · 사륙판 128x188 · 484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1987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프린스턴 영문과의 모범생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날카로운 의심과 우아한 변명, 그 진실을 꿰뚫는 것은
심리학적 트릭일까, 형사의 직감일까?

▶천천히 끌어당겨 완벽히 매료시킨다. ―《가디언》, 최고의 신간
▶피카소가 범죄 소설을 쓴다면, 바로 이 작품! ―‘잭 리처 시리즈’, 리 차일드

민음사 외국문학 브랜드 M이 심리 스릴러 독자들을 열광하게 할 신예 작가를 소개한다. 영어로 쓴 첫 소설로 ‘국제 도서전의 스타’가 된 루마니아 작가 E. O. 키로비치가 그 주인공이다. 1987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미국 심리학계의 거장 와이더 교수가 살해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거울의 책』을 통해 키로비치는 화가 피카소에 비유되는 섬세한 심리 묘사의 대가로 떠올랐다. 이 소설이 영국에서 출간되었을 때 《가디언》은 ‘기억이라는 단순한 소재로 만들어낸 놀랍도록 정교한 구조물’이라고 평했고 그해 38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심리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거울의 책』은 프린스턴 영문과의 모범생 리처드가 와이더 교수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며 시작된다. 와이더 교수와 리처드 사이에는 또래 여대생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하는 매력적인 심리학도 로라가 있다. 리처드는 지도 교수이자 인생의 멘토로서 그녀의 모든 것을 함께하는 와이더 교수를 남몰래 질투하고,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새벽 교수가 그의 저택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용의 선상에 오른다. 그리고 30년 후, 뉴욕의 출판 에이전시에 리처드가 보낸 한 편의 원고가 도착하며 오래된 미스터리의 벽을 허물 새로운 실마리가 드러난다. 『거울의 책』은 쾌락형 사이코패스 주인공이 주를 이루는 최근의 스릴러 흐름에서, ‘왜’라는 살인의 동기를 찾기 위한 치열한 심리전을 통해 창과 방패로 비유되는 장르의 정수를 구현해 낸 보기 드문 걸작이다.

편집자 리뷰

∎ 우리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은, 고도의 최면술인가 아니면 내면의 두려움인가?

시내에서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 퀸 앤 양식으로 지어진 음산한 고택. 이곳에서 조지프 와이더 교수는 독신으로 살아간다. 그의 집 내부에 갖추어진 커다란 서재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돕게 된 리처드는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는 교수의 제안을 받는다. 평소 와이더 교수는 자이언츠 야구 팀의 작년 성적부터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것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자랑했다. 그날도 리처드가 그의 화려한 언변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을 때, 교수는 이렇게 묻는다.

“자네는 어릴 때 백화점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린 적 없었나?”

“그런 기억은 전혀 없는데요.”

“내가 실험을 한 가지 진행한 적이 있다네. (…) 학생들을 무작위로 차출했어. 그 후 나는 그들에게 최면을 걸어 머릿속에 실제로 백화점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을 심었지.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 같나? 그들 중 4분의 3이 나중에 백화점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렸던 일을 기억한다고 선언했고 심지어 그 경험에 대해 묘사까지 했어.”

1950~1960년대 미국은 사방에 백화점이 들어섰고, 이 무렵 부모들은 군중 속에서 아이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세대의 아이들은 백화점에서 부기맨 귀신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언제나 어머니 옆에 꼭 붙어 다니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의식적으로는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백화점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리거나 유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의 가장 깊은 기억 속에 새겨져 있었다. 와이더 교수는 이 두려움을 이용해 그들의 머릿속에 거짓으로 트라우마를 심은 것이다.

“더 매력적인 가슴과 코, 엉덩이를 갖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어째서 기억을 성형 수술하는 일은 잘못됐다고 하는 거지?”

리처드는 기억을 마음대로 심고, 필요하다면 없앨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와이더의 의견에 조목조목 반박하지만, 이미 그의 야심은 심리학계를 뒤흔들 업적으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 와이더 교수와 대화할 때면 자신의 깊은 감정까지 불쑥 꺼내 놓고 마는 리처드, 어쩌면 그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말해버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목격자가 사실을 말할수록 사건은 진실에서 멀어진다

어릴 때 카니발에서 보았던 뒤틀린 거울들의 미로가 생각났다. 그 미로 안으로 들어가서 보는 것들은 모두 진짜인 동시에 가짜였다.

사건 30년 후, 서로 다른 직업의 세 사람이 미제로 남은 살인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뛰어든다. 먼저 뉴욕 출판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피터 카츠. 어느 날 그는 메일함에 도착한 한 편의 원고를 읽고 흥행을 예감한다. 원고의 글쓴이가 픽션이 아닌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확신은 그로 하여금 직접 작가를 찾아 나서게 한다.
그리고 전직 미스터리 잡지 기자인 존 켈러. 그는 친구 피터 카츠의 제안으로 수사를 떠맡는다. 하지만 살인 사건 이후, 와이더 교수에 이어 심리학계의 새로운 스타가 된 로라를 발견했을 때 켈러는 그녀의 여유로운 미소가 가면임을 직감한다.
마지막으로 은퇴한 형사 로이 프리먼. 그는 30년 전 와이더 사건을 담당할 당시 알코올 중독과 불안한 가정생활로 인해 수사를 소홀히 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왔다. 최근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을 완전히 잃기 전에 수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중 도움을 요청하는 존 켈러의 전화를 받자 봉인되어 있던 형사의 본능이 깨어난다.

세 명의 화자를 통해 변주되는 사건의 실마리는, “그들이 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었는가?”라는 감정적 동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 다른 결말로 치닫는다. 그들이 만나는 목격자들 역시 오래된 진실을 끄집어내 수사를 돕고자 하지만, 목격자가 더 많이 말할수록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 든다.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견해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관점이요, 진실이 아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들 중 누군가는 조지프 와이더를 방탕한 호색한이라 했고, 다른 누군가는 그에게 가만히 있어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아우라가 있다고 했다. 한 사람에 관한 서로 다른 기억, 그 속에 숨겨진 서로 다른 감정. 누구도 이 감정이 기억을 뒤틀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누구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욕망이며, 창이 아니라 거울이라는 것을.

∎ 어느 날 당신의 동창이 살인 용의자가 된다면

“어떻게 표현해야 정확할지 고민 중이에요……. 교수님과 로라 사이에 육체적인 관계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둘은 서로를 굉장히 소중히 여겼어요.”

어느 날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진이 찾아와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면? 학창 시절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던 동창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면? 탐사 프로그램을 보며 한번 쯤 이러한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선량한 의지, 나만이 아는 행간의 사실에 대한 은밀한 자부심, 위험한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두려움으로 입술을 축이며 고민에 빠질 것이다.
『거울의 책』은 ‘기억’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완전한 몰입을 이끌어낸다. 키로비치는 인터뷰이가 고백하는 사건의 내용부터 그들의 표정과 말투, 시선 등 비언어적 표현까지 모두 진실을 추적하는 실마리로 솜씨 좋게 차려 낸다. 그중에서도 심리학적 트릭을 통해 자유자재로 상대를 조종하는 심리학자와 곤충의 겹눈 같은 본능으로 거짓을 꿰뚫는 형사의 긴장감 넘치는 인터뷰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어떤 묘사보다도 직관적인 ‘말’과 그 말을 화자의 귀를 통해 듣는다는 저변의 ‘의심’. 이 매력적이고도 위험한 의식의 줄다리기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당신의 신경을 사로잡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내가 교수님한테 그런 얘기까지 했다고? 기억이 안 나…….”
“교수님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다른 사람 머릿속 뒤지기야. 집 안을 샅샅이 탐색하는 것처럼 말이야. (…) 병적인 호기심에 가까워.” (58쪽)

거대한 호수 옆에 있는 꿈을 꿨다. 그 기슭은 갈대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어두운 물속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갑자기 위급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거대한 악어 비늘과 진흙 덮인 형상을 흘끗 살폈다. 놈은 초목들 사이에서 나를 스토킹 하고 있었다. 그 파충류가 눈을 뜨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놈의 눈은 와이더 교수의 것처럼 물기 어린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71쪽)

데릭 시먼스를 수차례 진찰한 후 와이더 교수는 그가 희귀 형태의 해리 장애로 고생하고 있으며 젊은 시절에 조현병이라고 잘못 진단받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해리성 둔주 상태가 되면 환자는 자각과 기억들, 정체성을 모두 잃어버린다. 극단적인 사례들에서는 같은 증상의 환자가 실종됐다가 수년 후 다른 도시나 주에서 완전히 새로운 신원으로 살면서 이전의 삶에 대해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104쪽)

“그렇다면 교수님은 누군가의 기억을 도살하시는 것이네요.” 내가 말했다.
“더 매력적인 가슴과 코, 엉덩이를 갖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어째서 기억을 성형 수술하는 일은 잘못됐다고 하는 거지? 특히나 우리가 만나는 환자들은 일이나 생활을 더 이상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망가진 장난감들에 불과한데?” (132쪽)

조지프 와이더 교수는 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며칠 후 자신의 저택에서 살해당했다. 때는 1987년 12월 21일에서 22일로 넘어가는 밤이었다. 경찰은 대규모 수사를 벌였음에도 영영 범인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글에서 당신도 알게 될 이유들 때문에 나도 용의자로 지목됐다. (143쪽)

“하지만 로라는 달랐어요. (…) 와이더 교수님을 신처럼 올려다보던 모든 시끌벅적한 여학생 무리에서 그녀만은 특별한 존재였어요. 티머시는 강아지처럼 그녀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니며 가끔 한 번씩 그녀와 잠자리를 갖는 남자애에 불과했죠.” (317쪽)

“그건 교수님이 제 논문을 훔쳐 갔기 때문이에요. 말씀드렸잖아요.”
“그럼 와이더가 당신의 연구를 훔치려고 했다 칩시다……. 왜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 하지 않았소?”
“그렇게 중요한 인사가 제 것을 표절했다고 신고했다면 저는 아마 피해망상증 환자로 치부됐을 거예요. 그
때 저는 인지도가 전혀 없었어요. 반면 교수님은 이 나라에서 가장 각광받는 심리학자 중 한 분이셨잖아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 누군가가 그녀에게, 특히나 그녀의 커리어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를 끼치려
한다면 그녀는 과연 무슨 짓을 벌일까? 그것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430쪽)

목차

1부 피터 카츠 11
2부 존 켈러 165
3부 로이 프리먼 339

에필로그 465
작가의 말 473
옮긴이의 말 478

작가 소개

E. O. 키로비치

1964년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남부의 작은 마을인 퍼거라슈에서 태어나 루마니아, 헝가리 그리고 독일계가 뿌리를 이루는 가정에서 성장했다. 부쿠레슈티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줄곧 경제 전문가로 활동했다. 1991년 첫 장편 소설 『대학살』을 출간하여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냈고 그로부터 단 몇 개월 후 『장군을 위한 코만도』가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며 루마니아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 영국으로 이주한 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거울의 책』은 키로비치가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그가 영어로 쓴 첫 번째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단숨에 그를 《가디언》이 주목하는 신예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38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전 세계 독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심리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윤진 옮김

원광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한방 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했다. 현재 낮에는 한의사이자 엄마, 밤에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사이먼 리치의 『천국 주식회사』와 『지상의 마지막 여친』, 제인 니커선의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앤 러브와 제인 드레이크의 『당신이 살아있는 진짜 이유: 무시무시하지만 이유 있는 전염병과 의학의 세계사』, 피어스 브라운의 레드라이징 시리즈 중 『골든 선』과 『모닝 스타』 등이 있으며 윤문영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을 영어로 옮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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