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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인선23] 나의 사랑은 오늘 밤 소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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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휘트먼적인 자유시를 통해 분출하는 강렬한 감정과 신비로운 교감의 세계

원제 My Love Looks like a Girl Tonight

D. H. 로렌스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7년 8월 25일

ISBN: 978-89-374-7523-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180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0주년 기념) 23

분야 세계시인선 23


책소개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작가 로렌스가 월트 휘트먼적인 자유시를 통해 분출하는 강렬한 감정과 신비로운 교감의 세계


목차

● 차례(영어 원문 수록)

 

피아노 PIANO

버찌 도둑 CHERRY ROBBERS

집시 GIPSY

신부 THE BRIDE

헤네프 강가에서 BEI HENNEF

첫 아침 FIRST MORNING

디종의 영광 GLOIRE DE DIJON

되찾은 낙원 PARADISE RE-ENTERED

그녀가 또한 말하기를 “SHE SAID AS WELL TO ME”

석류 POMEGRANATE

모기 THE MOSQUITO

뱀 SNAKE

모기는 안다 THE MOSQUITO KNOWS

천만에 로렌스 씨! NO! MR LAWRENCE!

급료 WAGES

인간의 마음 THE HEART OF MAN

현대의 기도 MODERN PRAYER

신의 이름! NAME THE GODS!

휘트먼에게 주는 대답 RETORT TO WHITMAN

예수에게 주는 대답 RETORT TO JESUS

신의 형체 THE BODY OF GOD

바바리아의 용담 꽃 BAVARIAN GENTIANS

죽음의 배 THE SHIP OF DEATH

아몬드 꽃 ALMOND BLOSSOM

캥거루 KANGAROO

부르주아는 얼마나 짐승 같은가 HOW BEASTLY THE BOURGEOIS IS

박쥐 BAT

겨울 이야기 A WINTER’S TALE

가을비 AUTUMN RAIN

젊은 아내 A YOUNG WIFE

결혼식 아침 WEDDING MORN

저녁의 암사슴 A DOE AT EVENING

그림자 SHADOWS

성체축일 FROHNLEICHNAM


편집자 리뷰

● “자유시는 정신과 육체가 한꺼번에 솟아나는 것이어야 한다.” ―D. H. 로렌스

 

D. H. 로렌스는 『보라! 우리는 이렇게 이겨 왔다!』, 『새, 짐승, 꽃』, 『팬지 꽃』 등 여섯 권의 시집에 천 편이 넘는 시를 쓴 시인으로서 에드거 앨런 포를 좋아했고, 1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특히 월트 휘트먼의 영향으로 자유롭고 대담한 형식을 지향했다. “소리나 감각에서 타성에 젖은 진부한 결합이나 판에 박은 조합은 걷어내자. 그저 표현한답시고 일그러지게 전달하는 거짓된 경로와 통로들은 엎어 버리자. 그 완고한 버릇을 깨부수자.”

 

그리고 거짓된 동정심으로 가득 차

일 마일을 걷는 자는 전 인류의 장례식장으로 가느니.

―「휘트먼에게 주는 대답」에서

 

마치 일기를 써 내려가듯 솔직하게 고백하는 이야기들도 많은데, 자신을 “꼭 쥐고 갖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연인에게는 이렇게 따져 묻는다.

 

(……)

내가 대답했다. “도구도 기구도 아니고 하느님도 없소!

나를 만지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저속한 짓이오.

족제비가 그 곧고 하얀 목을 쳐들 때

울타리의 족제비를 만지기 전에 두 번 생각하겠지.

당신 손이 그렇게 가볍고 쉽지는 않겠지.

공주처럼 햇볕 따사로운 곳에서 똬리를 튼 채

머리를 어깨에 얹은 채 잠자는 독사도 쉽게 만지지 못하겠지.

독사가 놀라 정교하게 머리를 쳐들었을 때

그 모습이 드물게 아름다워 보여도

또 엄청난 위엄을 갖추고 정교한 몸짓으로 달아난 것이 기적 같아도

당신은 그 독사를 쓰다듬어 주려고 손을 내밀지는 않지.

또 당신은 저 주름지고 슬픈 얼굴을 한 들판의 황소가

일어나면 무서워하지.

황소는 한자리에 박혀 선 돌기둥처럼 생각에 잠겨 슬프지만.

당신을 주저케 하는 것이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거요?

나에게도 이 모든 것이 다 있소.

어째서 당신은 이런 것을 대수롭게 생각하는 거요?”

―「그녀가 또한 말하기를」에서

 

한편 대학교 은사의 아내였던 여섯 살 연상의 프리다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성공했는데, 그녀에게 바치는 애가도 여러 편 있다.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서성거린다.

그녀가 창문 아래 목욕 수건을 깔면

햇볕이 그녀를 비쳐

어깨 위에 하얗게 반짝인다.

그녀 옆구리에는 원숙한

금빛 그림자가 빛난다.

그녀가 스펀지를 주우러 몸을 굽히면 그녀의 출렁이는 젖가슴이

활짝 핀 노란 장미처럼 출렁인다.

‘디종의 영광’ 장미꽃처럼.

―「디종의 노래」에서

 

● 자연의 생명력에서 인간다움을 찾아 헤매는 시인의 처절한 목소리

 

D. H. 로렌스는 자신이 직접 시의 화자가 되어 사상을 펼쳐낸다. “세상이 그토록 많은 거짓으로 뒤덮여 있지 않다면,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급격한 산업혁명으로 돈과 명예를 얻은 부르주아들은 또 하나의 계급을 만들며 가식으로 가득 찬 사회를 탄생시켰고, 이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는 예민한 작가는 인위적인 것으로부터 탈피하여 자연이 갖는 본연의 힘을 찾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의 시에는 “저주스러운 인간 교육”에 대한 반발만큼이나 생명력에 대한 종교적인 경외감이 짖게 드러나고 있다.

 

(……)

나를 가르친 목소리는

그를 죽여야 한다고 속삭인다.

시칠리아에선 까만, 까만 뱀은 해(害)가 없지만 금빛은 독이 있기 때문에.

 

내 속에서 목소리는 말한다. 네가 만일 사내거든

몽둥이를 들어 지금 그를 쳐서 죽이라고.

 

그러나 손님처럼 조용히 내 홈통에 와서 물을 마시고는

만족해서 고마운 표정 하나 없이 평화롭게

대지의 이글거리는 창자 속으로 가 버린

그가 몹시도 좋았다고 나는 고백할까?

(……)

맞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구멍 속에 들어가지 않은 꼬리 부분이 갑자기 체통

없이 꿈틀거리며

번개처럼 꿈틀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까만 구멍, 담 정면의 갈라진 틈 속으로

나는 홀린 듯 그쪽을 지켜보았다. 이 강렬하고 조용한 정오에.

 

나는 곧 후회스러웠다

얼마나 무가치하고 야비하고 비열한 짓인가!

나를 경멸하고, 저주스런 인간 교육의 목소리를 멸시하였다.

 

나는 알바트로스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 뱀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다.

 

내게는 그가 왕처럼 보였기에,

추방당한 왕, 지하에서 왕관을 쓰지 못했으나

곧 다시 왕관을 쓸 왕처럼.

 

이리하여 나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생명의 왕과의 기회를,

나는 이제 속죄해야 하느니,

나의 비루한 짓을.

―「뱀」에서

 

영시 문학사에서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은 주로 죽음 같은 진지한 주제를 다룬 시들이다. 로렌스의 시들은 그 자체로도 세계시인선에 들어갈 만큼 의미 있는 작품들이지만, 그의 철학뿐만 아니라 소설을 이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텍스트가 된다.

 

(……)

지금은 가을, 과일이 떨어진다.

망각을 향해 먼 여행을 떠날 때.

커다란 이슬방울처럼 사과가 떨어진다.

스스로를 깨는 것은 스스로를 떠나는 것.

지금은 떠나야 할 시간. 자신에게

작별을 고하고, 떨어진 자신으로부터

출구를 찾을 시간.

―「죽음의 배」에서

 

로렌스는 거친 광부의 아버지와 교양 있는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가난과 불화를 겪으며 자라난 예민한 문학소년이었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집착과 그로 인한 아들의 방황과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애정이 특히 자전적 소설 『아들과 연인』에 잘 나타나 있다. 「신부」라는 시는 이 소설의 17장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장의 제목은 ‘해방’이다.

 

나의 사랑은 오늘 밤 소녀 같다.

그러나 그녀는 늙었다.

베개에 놓인 머리카락은

금빛이 아니고,

섬세한 은빛과 섬뜩한 냉기로

꼬여 있다.

 

그녀는 젊은 처녀 같다. 눈썹은

부드럽고 아름답다.

뺨이 아주 부드러운데 두 눈을 감아

귀하고 귀여운

잠을 잔다. 조용하고 편안하게.

 

아니 신부처럼 잠을 잔다.

완전한 것을 꿈꾸며.

내 사랑은 꿈의 형태로, 마침내 누워

그리고 죽은 입이 노래한다.

맑은 저녁의 지빠귀 새 같은 입 모양을 하고.

―「신부」에서


작가 소개

--

D. H. 로렌스

1885년 영국 이스트우드에서 광부인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넷째로 태어났다. 심약한 아이였던 로렌스는 가난과 가정의 불화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어렵게 공부하여 교사가 되었다. 1912년 어머니를 여읜 뒤 대학 시절의 은사의 아내이자 6살 연상이었던 독일 여인 프리다 위클리를 만나 사랑에 빠져 1914년 결혼하였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더 이상 독일인 부인과 함께 영국에 머물 수 없게 된 로렌스는 이탈리아 등을 떠돌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자전적 소설로서 작가의 내면적 갈등이 잘 표현된 『아들과 연인』(1913)은 표현이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상당 분량이 삭제된 채 출판되었다가 1992년 무삭제판이 출간되었다. 1915년에 발표한 『무지개』 역시 성(性) 묘사가 문제되어 곧 발매 금지를 당하였다. 다음 해에 완성하여 1920년에 예약 한정판으로 낸 『사랑하는 여인들』에서도 로렌스는 남녀 관계의 윤리 문제에 천착하였다. 만년에 피렌체에서 자비로 출간한 『채털리 부인의 연인』(1928) 역시 외설 시비로 오랜 재판을 겪은 후 미국에서는 1959년에, 영국에서는 1960년에야 비로소 무삭제판의 출판이 허용되었다. 1930년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 외 작품으로 『아론의 지팡이』, 『캥거루』, 『날개 돋친 뱀』, 『역사, 위대한 떨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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