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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첨부파일


서지 정보

김승옥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7년 7월 3일

ISBN: 978-89-374-2916-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32쪽

가격: 7,800원

시리즈: 쏜살문고

분야 쏜살문고


책소개

한국 문단에 ‘감수성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살아 있는 전설 김승옥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불안, 스러져 가는 사랑의 잔상을 포착한 걸작 단편집

자기들의 데스크 앞에 앉아 있던 몇 명의 기자들이 여느 때와 달리 유별나게 반갑게 인사할 때는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자기도 덩달아서 지금 작별을 하듯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동안 그는 자기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있는 그를 문화부장이 구해 줬다.
“오늘 치 만화 좀…….” 하면서 문화부장은 손을 내밀었던 것이었다.
“그려 오지 않았는데요.”
말하고 나서 그는 금방 후회했다. 어쩌면 자기의 짐작이라는 게 얼토당토않은 게 아닐까…… 자신의 신경과민으로 자기가 지금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나 문화부장의 다음 말은 그의 그러한 희망에 찬 기대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럼 알고 계셨군요.”
문화부장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그에게 말했다.
“차나 한 잔 하러 가실까요.”―「차나 한 잔」에서


목차

서울의 달빛 0장
야행
차나 한 잔
서울 1964년 겨울


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소개하는가?

이번에 「쏜살 문고」로 새로이 편집, 출간된 『차나 한 잔』에는 표제작 「차나 한 잔」을 비롯해 1965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서울 1964년 겨울」과 1977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서울의 달빛 0장」 그리고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야행」에 이르기까지, 대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한 네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김승옥은 이십 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들 작품을 발표했고, 당대의 시대정신을 오롯이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다채로운 매력과 독자적인 감수성을 글줄 하나하나에 불어넣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읽히는 작품은 물론 「무진기행」이지만, 이곳에 실린 네 편의 작품들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왜냐하면,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작가 김승옥’을 단숨에 ‘한국 문단의 신화’로 만든 주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감각적이고 섬세한 시선과 작품 속에 사용한 언어적 기교를 통해 이뤄진 김승옥만의 참신함은 ‘전후 문학의 기적’, ‘감수성의 혁명’, ‘단편 소설의 전범’ 등 한국 문학사상 가장 화려한 찬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한국 소설을 ‘김승옥 전’과 ‘김승옥 후’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우리 문학의 경향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또 김승옥의 소설들은 기존의 도덕적 상상력과 윤리적 세계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감각적인 시선, 기발하고 섬세한 묘사로 현실과 환상을 조화롭게 담아냈다. 특히 ‘사회’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성과 감각에 의해 포착되는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전 세대의 소설들이 지니지 못했던 독특한 감수성을 소설 속에 부여하였다. 심지어 김승옥은 식민지 시대의 교육을 받지 않은 ‘첫 한글세대’였고, 따라서 그의 언어적 기교는 최초로 순우리말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는 한국 소설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미증유의 지침이 되기도 했다.
『차나 한 잔』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작가 김승옥’의 문학적 성취와 한국 현대 사회 그리고 당대인의 감수성을 품고 있다. 불과 오십여 년 사이에 ‘살아 있는 전설’이 된 김승옥과 ‘한국 현대 문학의 고전’이 된 그의 작품들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다시, 또 새롭게 읽어 보는 작업은 충분히 흥미롭다. 전후 한국 사회가 21세기에 이르는 동안 무엇이 변했고 어느 것은 변하지 않았는지, 그 당시에 독자들을 매혹했던 이야기가 지금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지, 그땐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가 새로이 드러나지는 않았는지…… 김승옥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몌별’이라는 한 단어로 영원히 기억될 「서울의 달빛 0장」, 무미건조한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고자 하는 도시인의 일탈을 그린 「야행」,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위태한 나날을 보내는 한 만화가의 하루를 블랙 코미디로 그려 낸 「차나 한 잔」, 시답잖은 술자리가 헛헛한 하룻밤 악몽으로 변해 버린 「서울 1964년 겨울」, 우리는 이제 이들 작품을 감탄과 함께 조금은 비판적으로, 때로는 고개를 갸우뚱해 가며 음미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현대의 삶’에 다시금 의미의 조명을 비출 수 있을 테며, ‘김승옥의 작품’ 또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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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했다. 1960년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 4‧19 혁명이 일어났던 해에 대학교에 입학해서 4‧19 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김치수, 김현, 염무웅, 서정인, 최하림 등과 동인지 《산문시대》를 발간했고 여기에 「건」, 「환상수첩」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역사」, 「무진기행」, 「차나 한 잔」 등의 단편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965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서울 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들 속에 사용한 참신한 글쓰기로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작가’로 평가 받았다. 1967년 김동인의 「감자」를 영화화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소설 창작보다 시나리오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한국의 장 콕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68년 이어령의 「장군의 수염」을 각색하여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했고 「영자의 전성시대」, 「내일은 진실」 등 다수의 작품을 각색했다. 1977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지만, 1980년 동아일보에 『먼지의 방』을 연재하던 중 광주 민주화 항쟁으로 인한 집필 의욕 상실로 연재를 자진 중단하고 1981년 종교적 계시를 받는 극적인 체험을 한 후 신앙생활에 몰두하면서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다. 2003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지만 2004년 투병 끝에 그동안의 신앙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을 발표하면서 조금씩 문학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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