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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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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에드거 앨런 포 | 옮김 전승희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7년 7월 3일

ISBN: 978-89-374-2920-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92쪽

가격: 9,800원

시리즈: 쏜살문고

분야 쏜살문고


책소개

공포와 악몽, 인간의 이중성과 저주받은 본성에 가장 먼저 다가선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섬뜩하고도 기이한 이야기들을 망라한 대표작 선집

아내와 나는 새와 금붕어와 훌륭한 개, 토끼와 작은 원숭이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그중 고양이는 몸집이 아주 크고 멋지게 생겼으며, 몸은 칠흑같이 까맸고 놀랍도록 영리했다. 녀석이 워낙 똑똑하다 보니 은근히 미신을 믿어 왔던 아내는 검은 고양이는 모두 마녀가 변신한 것이라는 옛날부터 내려오던 미신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곤 했다. 물론 아내가 그 미신을 진짜로 믿은 것은 아니었고, 내가 그것을 언급하는 이유는 단지 지금 우연히 그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플루토, 이게 바로 그 고양이의 이름이었다. 오직 나만이 그 녀석에게 밥을 주었고, 내가 집 안의 어디로 가든지 그 녀석은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심지어 밖에 나갈 때까지 따라 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 녀석과 나 사이의 우정은 그렇게 몇 해 동안 이어졌다. 그런데 그 몇 해 동안 내 성격과 심리는 악마 같은 폭음 때문에 급격히 악화되었다.―「검은 고양이」에서


목차

추천의 말: 금지된 영역에 선 작가(듀나)
변덕이라는 심술쟁이
검은 고양이
윌리엄 윌슨
도둑맞은 편지
배반의 심장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어셔가의 몰락
구덩이와 추


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소개하는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소설 속 주인공은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예민하며, 파괴 욕구에 시달리다가 통제력을 상실해 버리고 만다. 이들의 심리는 평범한 인간이 가진 도덕적이고 온화한 특성 이면에 자리한 비이성적이고 광폭하며 비양심적인 부분을 드러낸다. 포 자신이 “도착적인 심리”라고 불렀던 이것은 그의 소설에서 줄기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주제다.
포의 대표적 단편 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는 광기와 일탈이 불러온 끔찍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렸을 적부터 동물을 좋아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성격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술이라는 악마의 노예가 되어 난폭하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변한다. 그에게는 아끼며 키우던 검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점차 이 고양이를 미워하다가 결국 한쪽 눈을 칼로 도려내고 만다. 하지만 악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최악의 결말을 향해 다가간다. 「윌리엄 윌슨」에서는 자신의 행동과 의지에 참견해 사사건건 방해 공작을 놓는 불가사의한 친구를 둔 남자의 심리적 혼란을 보여 준다. 또한 이번에 새로 수록된 「변덕이라는 심술쟁이」 그리고 「배반의 심장」의 주인공도 어떤 상대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완전 범죄를 꿈꾸지만 실패한다. 이 작품들 속 화자들은 공통적으로 충동에 휘말리는데,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계획은 더없이 이성적이고 치밀하다. 화자는 대부분 강박적이고 집요하며, 빈약하거나 자의적인 근거만으로 자신의 극단적인 행동을 합리화하지만 마지막에는 자아 분열에 시달린다. 이 작품들에서는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는 인간 내면의 복합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더불어 악한 감정은 자기 외부뿐 아니라 내부를 향해 스스로를 파괴하기도 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에드거 앨런 포의 화자들은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낯설고 환상적인 사건을 경험하고는 한다. 그는 「어셔가의 몰락」,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그리고 「구덩이와 추」처럼 정확한 연대나 배경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그 경험을 실감 나게 묘사하는데, 이는 독자로 하여금 마치 실제로 일어났던 일처럼 느끼게 한다.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써 내려간 이러한 단편들로 포는 ‘환상·공포 문학의 선조’라는 평을 얻었고, 그의 모티프는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양부모와의 불화, 대학 중퇴, 파혼, 사별 등 끊임없이 불행한 일들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시작한 이십 대 때부터 이십 년 동안 쉴 새 없이 시와 소설, 평론을 발표한 열정적인 작가였다. 그가 죽은 후 악의적으로 유포된 갖가지 소문 탓에 한동안 포는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에 빠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작가로 치부되었다. 그 때문에 그의 작품은 종종 과소평가되곤 하였지만, 최근에 와서는 초기 미국 문학에 낭만주의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경향을 개척한 작가로서 재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심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집요하고도 이성적인 판단이 함축되어 있다. 이성과 감성이 빈틈없이 중첩되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에드거 앨런 포는 이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감정 소외를 낭만주의적이고 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가 전 세계의 독자와 현대 문화 다방면에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까닭은 바로 그러한 확고하고 독특한 문학적 세계관 덕분이리라.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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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1809년 1월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이민자 출신 배우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아버지가 떠나고 어머니마저 병으로 사망하면서 부유한 상인인 존 앨런에게 입양되었다. 1826년 버지니아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양부와의 갈등으로 1년도 채 되지 않아 자퇴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827년 시집 『티무르, 다른 시들』을 시작으로 단편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리지아」, 「군중 속의 사람」 등과 장편 『아서 고든 핌 이야기』, 단편집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에 대한 이야기』 등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환상적이고 기괴한 소재를 바탕으로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작품들을 주로 쓴 그는 환상 공포 문학의 대명사이자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선두주자로 꼽히며, 그의 문학적 경향은 이후 보들레르 등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친부모의 부재, 양부와의 불화, 첫 애인과의 파혼, 경제적 궁핍, 아내와의 사별 등 그의 전 생애에 걸친 개인적 불행과 방황은 계속되었다. 1849년 볼티모어에서 의식 불명으로 쓰러진 채 발견된 그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그해 10월 7일 사망했다.

 

"에드거 앨런 포 "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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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희 옮김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비교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경희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연구 교수로 재직하며, 문예 계간지 《ASIA》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오만과 편견』(공역),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장편소설과 민중언어』, 『도심의 절간』 등이 있다. 풀브라이트 기금, 국제 교류 재단 기금, 대산 재단 번역 기금 등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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