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카멘친트

헤르만 헤세 | 옮김 원당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7년 7월 3일 | ISBN 978-89-374-2914-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208쪽 | 가격 10,800원

시리즈 쏜살문고 | 분야 쏜살문고

책소개

『데미안』, 『유리알 유희』…… 헤르만 헤세의 기적 같은 첫 소설
작가의 인생관과 문학적 여정이 원석 상태로 담긴 찬란한 성장 소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아니면 비참하게 하는지 물어도 될까요? 아니면 그 둘 다입니까?”
“아, 사랑이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우리가 고통과 인내 속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알려 주기 위해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대답 대신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들었다.
“아.” 하고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당신도 벌써 그것을 알고 있나요? 아직 이렇게 젊은데! 지금 내게 고백해 보시겠어요? 원한다면 말이죠.”
“다음 기회에는 아마 그렇게 되겠죠. 나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당신까지 그런 기분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돌아갈까요?”
“좋으실 대로요.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멀리 왔죠?”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본문에서

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소개하는가?

『페터 카멘친트』는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첫 장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헤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지만, 청년기 내내 소설가가 되고자 했던 그를 어엿한 작가로 인정받게 한 뜻깊은 작품이다. 또한 헤세는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자신의 문학적 역량과 잠재력을 분명히 드러냈을 뿐 아니라, 장차 자기가 나아갈 인생의 진로와 세계관, 신념과 예술에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선보였다. 따라서 헤르만 헤세의 문학적 토대이자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이 장편 소설은, 앞으로 등장할 그의 모든 예술적 성취를 예고하는 결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페터 카멘친트』는 헤세의 자전적 요소(알프스 산간벽지의 아름답고도 숨 막히는 풍경, 시골 사람들과 가족, 지인들에 대한 서정적인 묘사 등)가 사실적인 문체 아래 은은히 묻어나고, 주제 면에선 낭만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내포한, 다소 이색적인 작품이다. 마을 사람들이 전부 ‘카멘친트’라는 같은 성(姓)을 공유하는 산골에서 태어난 페터 카멘친트는 농부나 목동이 되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에 불만을 느끼고 고등 교육과 도회지에서의 성공을 갈망한다. 마침내 시인이 되기로 결심한 페터 카멘친트는 갖가지 부류의 사람들과 친구를 만나 드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한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결국 실연하고 만다. 이처럼 다채로운 인물과 사건을 겪으면서 시인으로, 혹은 하나의 견고한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내적 발전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헤세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성장 소설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페터 카멘친트』의 주인공은 속물적이고 이질적인 세상과 분투하다가 끝내 화해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오히려 세상과 충돌하고 난 뒤에 적막한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내면으로 더욱 침잠해 들어간다. 이것은 여타의 성장 소설들과는 다른 헤르만 헤세만의 독특한 관점이며, 앞으로 그가 창조해 낼 세계관의 초석을 이루는 한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높디높은 산에 둘러싸여, 저 멀리서 불어오는 푄에 열병을 앓아야 했던 한 시골 소년이 학문과 예술을 접하고, 사랑과 우정 그리고 죽음과 구원을 체험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어쩌면 서랍 속에 넣어 둔 시인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이 이야기는, 질풍노도의 청춘을 보낸 헤르만 헤세의 자화상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한때 겪었을, 혹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되는 벅찬 젊음의 찬란한 잔영이다.

목차

추천의 말: 서랍 속에 든 이야기(김엄지)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했으며, 열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십 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페터 카멘친트』, 『수레바퀴 아래서』, 『인도에서』, 『크눌프』 등을 발표했다. 스위스 몬타뇰라로 이사한 1919년을 전후로 헤세는 개인적인 삶에서 커다란 위기를 겪고, 이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술과 여인, 그림을 사랑한 어느 열정적인 화가의 마지막 여름을 그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과 『데미안』이 바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헤세는 이 작품들과 더불어 소위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헤세가 그림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 무렵이며, 이후 그림은 음악과 더불어 헤세의 평생지기가 되었다. 그는 이어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순례』, 『유리알 유희』 등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했고, 1946년에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제2의 고향인 스위스의 몬타뇰라에서 영면했다.

"헤르만 헤세"의 다른 책들

원당희 옮김

고려대 독문과에서 토마스 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 한양대에서 독문학을 강의했다. 논문으로는 「루카치의 문예비평과 총체성」등이 있고, 옮긴책으로 <안데르센 동화전집>, <소설의 이론>, <황야의 늑대>, <천재와 광기> 등이 있다.

독자 리뷰(1)

독자 평점

4.5

북클럽회원 2명의 평가

한줄평

후기작에 비해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욱 헤세를 알아가고자 하는 초보 독서가에게 소중한 책. 험한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태어나 자연의 목소리를 체험하고 내면에 받아들여 표현하고자 하는 충동은 헤세의 어느 책에서도 드러나는 공통 주제.

밑줄 친 문장

달콤한 전율과 함께 지상에는 없지만 실재했던 삶, 이제 나의 들뜬 가슴속에서 파도치며 운명을 체험하려는 삶의 감미롭고 서늘한 바람이 그 책들로부터 내게 불어왔다. 다락방 모서리의 내 책상에는 가까운 종탑의 시계 소리와 근처에 둥지를 튼 황새가 부리에서 내는 투박한 소리만이 들려왔으며, 괴테와 셰익스피어라는 인물들이 내 방을 드나들었다. 인간 존재에는 신성함과 우스꽝스러움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되었다. 우리들의 분열되고 제어할 수 없는 마음, 세계사의 깊은 본질, 우리의 짧은 인생을 빛내 주고 인식의 힘을 통해 우리의 왜소한 존재를 필연적이고 영원한 영역으로 끌어 올려 주는 영혼의 놀라운 경이를 깨닫게 된 것이었다. 좁은 창으로 머리를 내밀면, 나는 지붕과 좁은 길로 햇빛이 비치는 것을 보았고, 일상생활과 일에서 빚어지는 작은 소음들이 한데 뒤얽혀 쏟아져 나오는 소리를 듣고 놀라워했다. 그런가 하면 나는 아주 아름다운 동화처럼 위대한 영혼들로 가득 찬 내 다락방의 고독과 비밀스러움 또한 느꼈다.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헤세
유나나 2018.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