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른 인간과 질긴 인간애
생의 단면으로 생의 전면을 묘파하는 눈부신 단편들
봄날 아침 10시경 새로 태어난 듯 산뜻한 태양이 조용한 강물 위로 엷은 물안개를 흘려보내고, 이들 두 낚시광의 등에 따뜻한 봄볕을 내리쬘 때면 모리소는 옆 사람에게 말하곤 했다. “아! 날씨 참 좋다!” 그러면 소바주는 “이보다 좋은 건 없을걸요.” 하고 대답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는. ―「두 친구」에서
단편의 귀재로 익히 알려져 있는 기 드 모파상의 300여 편에 이르는 작품 중 옮긴이 이봉지가 가려 뽑은 열네 편 단편 소설이 담긴 선집이다. 금번 모파상과 조우하게 된 독자는 쏜살판 『두 친구』를 방대한 모파상 세계로의 진입로로, 오랜만에 접한 독자는 모파상 노스탤지어로의 열쇠로 삼기를 권한다. 『두 친구』는 자연주의나 사실주의라는 이름 너머로, 무감해 보이는 문체 이면에 깊게 자리한 인간애와 인간 삶에 대한 통찰, 때로는 신비주의적인 작풍 등 모파상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음미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소개하는가?
모파상이 다루는 소재들은 모두 양가적 속성을 지니나, 이는 역설을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인식 자체다. 모파상 문학 속 삶은 값지고 애틋하나,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 여하와 관계없이 급변하고 인간을 괴롭히거나 죽음으로 내몬다. 「두 친구」의 주인공 둘은 눈빛만으로도 소통하는 지음(知音)이지만, 보불 전쟁의 하수상한 시국 탓에 즐기던 낚시를 감히 못 한다. 하루는 용기 내 보는데, 프로이센군에게 잡히면 어쩔까 하는 모리소의 불안에 소바주는 “상황을 가리지 않는 파리 사람 특유의 익살을 섞어” “생선튀김이나 대접”하겠다고 우스개를 부린다. 그러나 농담은 실로 이루어지고, 생선튀김은 다름 아닌 자신들이 된다. “온순하지만 식견이 좁은” 이들이 생선 신세가 되는 비극적인 풍경을 모파상은 동화처럼 그려 낸다. 총구가 불을 뿜자 “소바주는 코를 땅에 박고 쓰러”지며 “좀 더 키가 큰 모리소는 잠시 움칠거리다가 빙그르 돌아 하늘로 얼굴을 향한 채 친구의 몸 위로 비스듬히 쓰러”진다. 물고기처럼 포개지는 “두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책에는 유산 계급의 소시민적 동지 의식을 풍자한 「비곗덩어리」나 허영과 가난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여성의 우연한 오인을 다룬 「목걸이」 같은 유명한 작품 외에도, 「시몽의 아빠」, 「피크닉」, 「전원에서」, 「산장」, 「머리채」 등 다소 생소하나 하나같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묘한 작품 여럿이 수록되었다. 특히 「시몽의 아빠」는 망치를 내려치는 순수하고 강한 삶의 에너지,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동경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다.
망치 소리는 만족스러운 듯 힘차고 즐겁게 들렸다. 축제 날 여 러 종소리 중에서 성당의 제일 큰 종이 내는 소리가 가장 두드 러지듯이, 필리프의 망치 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망치 소리를 누르고 매순간 귀가 멍해질 정도로 힘차게 이어졌다. 사방으 로 튀기는 불꽃 속에 선 그는 눈빛을 번쩍이며 정열적으로 쇠를 별렀다. 「시몽의 아빠」에서
비극적 운명과 억압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찰나의 눈부신 교감(「두 친구」)과 순간의 충만한 영화(榮華)(「목걸이」)를 모자람 없이 그려 내는 모파상의 재능은 문학상 공로랄 만하다. 「머리채」의 마지막 대사 “인간에게는 모든 게 가능하답니다.”에서 보듯,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지만, 한편 무엇이든 뜻대로 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나무랄 데 없는 도구와, 그것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인간이 있다. 포레스티에 부인의 가짜 목걸이 같은 모파상의 가짜(fiction)를 빌린 덕분에 우리는 진짜를 본다.
두 친구
비곗덩어리
시몽의 아빠
피크닉
침대
고해 성사
목걸이
전원에서
머리채
유산
집 팝니다
산장
구멍
안락사용 안락의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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