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고두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7년 5월 19일 | ISBN 978-89-374-3424-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16 · 136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그리움을 남긴 파문의 언어
온기로 남은 위로의 시학

★★ 첫 시집 『늦게 온 소포』가 ‘뒤늦은 안타까움’으로 읽힐 수 있다면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는 ‘노을에 부치는 그리움’쯤 된다. 소포가 편지로 바뀌는 사이 시인은 어지간히도 보고픔에 시달렸나 보다. -《헤럴드 경제》
★★ 항아리에서 곰삭은 남해 멸치가 입맛을 잃은 혀의 미감을 자극하듯 그의 시는 마음의 한 곳에 순도 높은 그리움의 향을 뿌려놓는다. -《국민일보》

편집자 리뷰

■ 물미해안은 경남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바닷가를 가리킨다. 물미해안, 물건리, 방풍림, 개심사, 만리포, 남해 멸치, 남해 마늘……. 남해의 오감을 다 담은 이 풍경을 “마음의 액자”로 보면 멀리 있는 것이 커 보인다. 그리움 때문이다. 이런 걸 두고 마음의 원근법이라 할 수 있을까. 2005년 출간되어 남해를 그리움의 공간으로 물들인 시집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가 재출간되었다. 표제작이기도 한 이 시는 서정시의 미학적 성취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서정적인 도시 남해를 재발견한 시이기도 하다.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를 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지난여름 푸른 상처
온몸으로 막아 주던 방풍림이 얼굴 붉히며
바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에서

■ 고두현의 시는 세상살이에 대한 단상과 소박한 감성을 부드러운 달변과 압축적 언어로 표현한다. 짧은 시가 남기는 여운. 다정한 시선이 두고 간 온기. 고두현의 시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짙은 서정은 두 번째 시집인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가장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한여름」은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단 세 줄로 표현한 수작이다.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한여름」

■ 자연은 인간이 지닌 최고의 언어가 아닐까.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는 비 내리고 바람 불고 노을 지고 햇빛 나는 것과 같은 자연의 변화에서 삶의 기쁨과 슬픔, 비애와 환희를 받아 적는다. 자연의 언어로 바라보면 슬픔도 비애도 자연의 한 조각이 되는 것 같은 평화로운 느낌. 그것은 고두현의 시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성숙한 위로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우리 마음에 온기를 가져다줄 다정한 세계.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는 고두현 시인이 시 읽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전언이다.

마른 칼날에
눈발 버히는 소리

바람 맵고
달빛 우수수

밤마다 꿈에 밟혀
내 어찌 두 발 뻗고
편한 잠 잘 수 있으리.
-「천문령에 아버지를 묻고」

■추천사
고두현 시에는 그리움이 있다. 그 그리움은 시인의 마음의 고고학이 빚어낸 것이다. 시인의 마음은 언제나 ‘너’를 향한 떨림으로 존재한다. ‘나’의 나머지 반인 ‘너’를 향해 끊임없이 진동해야만 하는 떨림의 존재가 바로 시인인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늘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 마음을 데우기도 하고, 기울이기도 하며 또 비우기도 한다. 시인의 ‘너’에 대한 그리움은 화문(花紋)으로 남거나 발묵(潑墨)처럼 번진다. 그리움은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언제나 푸르다. -이재복(문학평론가)

목차

1부

부석사 봄밤
수연산방에서-『무서록』을 읽다
20분
빈자리
별에게 묻다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자귀나무
마음의 액자
화문(花紋) 기와
남해 멸치
남해 마늘
밤을 깎으며
나에게 보내는 편지
달력과 권력
창생
천문령에 아버지를 묻고
귀로
저 별을 잊지 마라
솔빈에서 명마를 구하다

2부

바보 산수-운보와의 대화1
청록 산수-운보와의 대화2
진미 생태찌개
하석근 아저씨
폭포-운보와의 대화3
아버지의 귀향
떡 찌는 시간
내장산 단풍
죽령
옻닭 먹은 날
반달
지하철에서
간밤에
개심사에서
만리포 사랑
신창 저수지 물오리떼

치자꽃 피던 밤-미당풍으로

3부

별이 된 꽃
고갱 씨 안녕하세요?
몽파르나스 공원묘지
묘지에서의 생각
퐁피두 센터
기러기 나라
한여름
지평선 가까이 있는 달이 커 보인다?
팥빙수 먹는 저녁
가을 엽서
짝사랑
가장 아름다운 곳
풀밭에서 일박
그리운 강변
가포 바닷가 그 집
땅 끝에서
침엽의 새벽
낙산 일몰
녹산에 흰 사슴 뛴다

4부

바다로 가는 그대
빈 들에 보습 하나
대능하를 건너
소금의 노래
칼을 베고 눕다
길을 끊다-유성현에서
홍라녀에게
답추무(舞)
양태사(楊泰師)사를 읽다
시인 원고(元固)
책 읽어 주는 사람
반신(半身)-오층석탑, 동쪽
먼 길 온 사람
일산 호수공원
쉬는 날 오후
너에게 가는 길

작품 해설_ 이재복(문학평론가)
그리움, 적요한 파문의 언어

작가 소개

고두현

1963년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품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다. 유배 온 서포 김만중이 『사씨남정기』, 『서포만필』을 쓴 노도(櫓島) 자락에서 시인의 감성을 키웠다.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유배시첩-남해 가는 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잘 익은 운율과 동양적 어조, 달관된 화법을 통해 서정시 특유의 가락과 정서를 보여 줌으로써 전통 시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문화부장을 거쳐 현재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시집 『늦게 온 소포』 ,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를 비롯해 시 산문집 『시 읽는 CEO』, 『옛 시 읽는 CEO』, 『마흔에 읽는 시』, 『마음필사』, 『사랑, 시를 쓰다』 와 엮은 책 『시인, 시를 말하다』가 있다.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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