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6년 11월 10일
ISBN: 978-89-374-7520-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148쪽
가격: 10,000원
분야 세계시인선 20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윤동주는 정지용 시집을 탐독하며 책에 이렇게 낙서했다. ‘걸작.’
“분명 정지용에 이르러 현대 한국인의 혼란된 경험은 하나의 질서를 부여받았다.” —김우창 (문학평론가)
“조선의 새로운 신시사(新詩史)상에 새로운 시기를 그으려 한 선구자이며, 한국의 현대시가 지용에서 비롯되었다.” — 김기림 (시인)
1부 촉불과 손
바다 1
바다 2
비로봉
홍역
비극
시계를 죽임
바람
유리창 1
유리창 2
난초
촉불과 손
해협
다시 해협
귀로
2부 카페 프란스
오월 소식
압천
석류
발열(發熱)
향수
갑판 위
태극선(太極扇)
카페 프란스
슬픈 인상화
조약돌
피리
다알리아
홍춘(紅椿)
슬픈 기차
황마차(幌馬車)
호수 1
호수 2
호면(湖面)
달
절정
말 1
말 2
갈매기
3부 산 넘어 저쪽
해바라기 씨
지는 해
띠
산 넘어 저쪽
무서운 시계
종달새
말
별똥
기차
고향
4부 또 하나 다른 태양
불사조
나무
별
임종
그의 반
다른 하늘
또 하나 다른 태양
5부 백록담
장수산(長壽山) 1
장수산 2
백록담
비로봉
구성동(九城洞)
옥류동(玉流洞)
조찬
비
인동차(忍冬茶)
붉은 손
도굴
폭포
나비
춘설(春雪)
소곡(小曲)
별
6부 그대들 돌아오시니
우리나라 여인들은
옛 이야기 구절
그대들 돌아오시니
곡마단
작가 연보
작품에 대하여 : 시는 언어로 빚는다
■ 한국 시단의 이미지스트이자 선구적인 모더니스트 정지용의 정수
“언어미술이 존속하는 이상 그 민족은 열렬하리라.” -정지용
“‘부족 방언의 순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시범한 최초의 시인.”-유종호 문학평론가
한국 현대시사에 가장 기념비적인 서정 시인인 정지용은 “또 하나의 이미지스트, 모더니스트 계열 시인, 감각적 경험을 선명하게 고착시키는 데 있어서 탁월한 시인(김우창 문학평론가)”으로 평가 받는다. 정지용은 생전 세 권의 시집을 펴냈다. 첫 시집은 1935년 10월 서른네 살 때 간행한 『정지용 시집』이고, 둘째 시집은 1941년 9월 마흔 살에 펴낸 『백록담』이다. 마지막으로 정지용은 광복 직후 1946년 6월 『지용 시선』을 펴냈다.
이 책에 수록한 작품은 모두 74편인데, 『정지용 시집』과 『백록담』에서 유종호 문학평론가가 가려 뽑은 것들이다. 수록 작품의 게재 순서는 시인 생존 시에 나온 『정지용 시집』, 『백록담』의 순서를 따랐다. 1, 2, 3, 4부는 『정지용 시집』의 분류를 그대로 따른 것이고, 5부는 『백록담』 수록 시편이다. 6부는 두 시집에 수록되지 않은 시들로 마지막 두 편은 해방 이후의 소작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향수」에서(35쪽)
■ 윤동주, 박목월 등을 발굴한 한국 서정시의 거두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고향」에서(76쪽)
정지용은 한국 현대시사의 가장 기념비적인 서정 시인이자, 청록파 시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을 발굴해낸 문인이다. 이태준, 김기림, 박태원 등과 ‘구인회’를 결성하여 반카프적 입장에서 순수 문학을 옹호하며 ‘모단 보이’로 일세를 풍미했다. 시인이면서도 탁월한 기획자이기도 했던 정지용은 이후 《경향잡지》, 《문장》, 《경향신문》 등의 편집위원으로서 이상,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윤동주의 시를 문예지에 소개했다. 그는 많은 후배 시인들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특히 윤동주는 정지용 시집을 즐겨 읽으며 책에 이렇게 낙서했다고 한다. ‘걸작.’ 윤동주의 애송시였다는 「압천」은 교토에 흐르는 시내를 뜻한다.
제비 한 쌍 떴다,
비맞이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압천 십 리 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압천」에서(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