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그와 소설 밖의 나

손정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6년 6월 30일 | ISBN 978-89-374-3310-8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72쪽 | 가격 25,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소설은 어떤 현실에서 탄생하는가?

우리는 어떤 현실에서 소설을 읽는가?

기묘하게 닮은 소설과 현실의 관계를

감각적인 인상과 논리적인 인식으로 규명하는

손정수의 다섯 번째 평론집

 

문학평론가 손정수의 다섯 번째 평론집 『소설 속의 그와 소설 밖의 나』가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그가 주목한 동시대 작가들과 문학사에 남은 한 시대의 작가들에 대한 15편의 작가론을 모은 것이다. 손정수 평론가는 비평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작품을 작가의 전체 작품 세계 속에서 바라본다는 것’을 비평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15편의 글이 모두 ‘작가론’으로 통일된 이번 평론집은 그가 견지하고 있는 비평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는 작가의 전작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문학적 성취를 밝히고, 그들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드러낸다.

편집자 리뷰

작가의 현실과 작품 세계를 나란히 탐구하는 15편의 작가론

1부 동시대의 작가들

1부에서는 김연수, 한강, 박민규, 편혜영, 박솔뫼 등 현재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로 자리 잡은 동시대의 작가들을 다룬다. 특정 작품에 대한 비평이 주가 되는 작품론과 달리 작가론은 작가가 디딘 발자국을 따라가듯 시간 순으로 작품을 읽어 나가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작가가 이루어 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평론가 역시 이 변화의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작가의 초기 소설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특징을 살피며 소설을 탄생시킨 작가의 심리적 기원을 유추한다. 그리고 작품 세계의 변화 지점이 되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2부 한 시대의 작가들

2부에서는 이문열, 김승옥, 이청준 등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이름이 된 한 시대의 작가들을 짚는다. 이문열 초기 소설에 들끓는 문제의식과 이후 나타난 이데올로기에 대한 작가의 양가적인 감정이 소설 속에서 어떻게 분열하고 있는지 밝힌다. 이청준이 신문소설 연재를 시작할 때 내세운 각오를 토대로 그의 신문소설 연재에서 신문소설을 쓰는 작가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변주했는지 살핀다.

2부에 수록된 글이자 평론집의 제목이기도 한 김승옥론「소설 속의 그와 소설 밖의 나」는 그 스타일이나 서술 방식이 앞선 비평들과는 다르다. 이전 작가론들에서 작가의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면, 김승옥론에서는 소설을 읽는 저자 자신의 현실에 초점을 맞춘다. 김승옥 소설「그와 나」에 대해 자신을 문학으로 이끈 독서 체험이라고 고백하고 있어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글쓰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개인적 경험을 비평 텍스트에 담을 때 그 글이 주관적인 인상으로 남게 될 것을 경계하며, 객관적인 비평으로 김승옥의 작품을 분석하고자 한 모색의 결과를 보여 준다.

전작주의자를 위한 평론집

손정수의 평론집 『소설 속의 그와 소설 밖의 나』는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와 작가를 연구하는 평자에게 모두 유의미하다. 특히 작가의 전작주의자인 문학 독자들에게는 작가의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문학사 안에서 작품과 작가에 대해 끊임없이 정의하고 재해석해야 하는 평자들에게는 서로가 가진 생각을 다각적으로 비교하고 확장하며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본문 중에서

 

김연수에게 상상력의 반대말이 ‘피곤’인 이유는 그가 온몸으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더 이상 머리로 쓰는 글이 아니다. 텍스트에만 의존해서 쓰는 소설도 아니다. 그의 소설적 상상력은 이제 그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몸을 던져 얻은 외로운 체험과 고독한 사유를 근간으로 해서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상상력의 반대말은 피곤일 수밖에 없다. 피로가 그의 몸을 묶어 꼼짝 못하게 만들 때 상상력은 더 이상 솟아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3p, 살아남은 자의 운명, 이야기하는 자의 운명 ― 김연수론)

 

배수아의 초기 소설이 그리고 있는 것은 특정 현실이라기보다 그 현실과 연관된 이미지들과 그 이미지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압력이다. 그 이미지들은 어떤 외상과 연관되어 있을 터인데, 그 반복적 재현의 과정에서 애초의 수동성은 능동적인 것으로 전환되면서 외상을 관리하는 쾌락을 생산해 낸다. 그런 의미에서 그 환상적인 이미지들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의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세계 가운데에서도 “배수아의 인물들은 처음부터 거의 언제나 가난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160p, Vanishing, Sui generis Island ― 배수아론)

 

『젊은 날의 초상』(1981)을 비롯한 이문열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그가 등단하여 짧은 시간 동안 써 낸 그 많은 분량의, 그러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은 단지 필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그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격렬하게 그의 내부에서 들끓고 있었고, 그가 힘겨운 방황을 거치면서도,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 방황을 통해 기억의 고통을 버텨 왔다는 증거에 다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압력이 한순간 주체로 하여금 의식 속의 기억들을 글로 밀어내도록 했을 것인데, 이문열의 초기 소설들에서 우리는 그가 자기 속에서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었던, 그렇기 때문에 덜 다듬어진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때문에 가장 첨예하고도 문제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331~332p, 형식의 균열과 텍스트의 무의식 – 이문열론)

목차

 

책머리에

―비평 텍스트 속의 나와 그 바깥의 나

 

1부 동시대의 작가들

살아남은 자의 운명, 이야기하는 자의 운명 ― 김연수론

개인 방언으로 그려 낸 환상의 세계 ― 염승숙론

숨의 기원 ― 김숨론

식물이 자라는 속도로 글쓰기 ― 한강론

‘아오이가든’ 바깥에서 편혜영 소설 읽기 ― 편혜영론

주사위로 소설 쓰기 ― 김중혁론

Vanishing, Sui generis Island ― 배수아론

‘카스테라’를 만드는 소설적 레시피 ― 박민규론

모더니즘의 문체와 리얼리즘의 문제는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 속에 양립할 수 있었는가? ― 박솔뫼론

삶의 끝으로부터 현상하는 소설 ― 백민석론

‘정신’에 이르는 소설의 현상학 ― 김솔론

 

2부 한 시대의 작가들

소설 속의 그와 소설 밖의 나 ― 김승옥론

환상으로 존재하는 삶 ― 최인훈론

내러티브들의 원무 ― 이청준론

형식의 균열과 텍스트의 무의식 – 이문열론

 

작가 소개

손정수

1969년에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종말에의 상상력이 불러낸 가상현실의 세계」가 당선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미와 이데올로기』, 『뒤돌아보지 않는 오르페우스』, 『비평, 혹은 소설적 증상에 대한 분석』, 『텍스트와 콘텍스트, 혹은 한국 소설의 현상과 맥락』 등 평론집이 있다.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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