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을 꿈꾸며 드넓은 호주 황야 횡단에 나선 사람들
그 길 위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그 땅의 진정한 주인과 폭력의 역사
오스트레일리아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피터 케리(Peter Carey)의 『집으로부터 멀리(A Long Way from Home)』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전집으로 소개되는 첫 번째 오스트레일리아 문학이다. 피터 케리는 1985년 발표한 『사기꾼』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1988년 도박에 중독된 아름다운 여성 부호 루신다와 영국에서 건너 온 목사 오스카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오스카와 루신다』로 부커상과 마일스 프랭클린 상을 받으며 오스트레일리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오스카와 루신다』는 최고의 부커상 수상작을 뽑는 ‘베스트 오브 더 부커’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케이트 블란쳇과 레이프 파인스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다. 2001년에는 실존 인물이자 민중 영웅인 네드 켈리 이야기를 담은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로 두 번째 부커상과 영연방 작가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은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영문소설 100’ ‘21세기 최고의 책’에 올랐다. 『집으로부터 멀리』는 피터 케리가 오스트레일리아의 선주민 애버리진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 첫 작품으로, 지난 20년간 그가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가디언》)를 받았다.
■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1953년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빅토리아주의 배커스마시. 아이린 봅스와 그녀의 남편 티치 봅스는 중고차 판매점을 하고 있다. 티치는 포드 자동차 대리점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아버지 댄 봅스의 방해로 좌절을 겪는다. 그러자 아이린은 제너럴 모터스 홀든(GMH)과 접촉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그들은 홀든 자동차 대리점 운영권을 얻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레덱스 트라이얼’이라는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랠리 준비 과정에서 아이린은 이웃 남자 윌리 박후버를 만나고, 그가 교사이자 퀴즈 쇼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퀴즈쇼에서 계속 도전자들을 받아왔는데, PD의 협잡에 속아 타이틀도 잃고,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마저 쫓겨난다. 봅스 부부는 이런 윌리에게 레덱스 경주에서 지도를 읽고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터 역할을 맡아 달라고 제안하고, 윌리는 수락한다. 봅스 부부와 윌리는 시드니에서 출발하여 다윈을 거쳐 브룸까지,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주가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을 방해하려고 음모를 꾸미며 쫓아온 티치의 아버지 댄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세상에 둘밖에 없는 듯 살아온 티치와 아이린 사이에도 균열이 생긴다. 티치는 아이린과 윌리 사이의 불륜까지 의심하고, 거듭된 오해와 갈등 끝에 봅스 부부와 헤어진다. 윌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선주민인 애버리진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를 찾던 남자에게 납치되다시피 끌려가 퀌비 다운스라는 외딴 농장에서 다시 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애버리진의 잊힌 역사의 비밀과 백인들의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 그리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원주민 공동체와 교류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간다. 한편 봅스 부부는 랠리에서 우승하지만, 아이린은 명성을 얻은 뒤 허영에 빠진 남편의 달라진 모습에 실망하고 그를 떠나 아이들과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집으로부터 멀리』는 1950년대 척박한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한 여자의 자아 찾기와 한 남자의 뿌리 찾기, 그리고 잔인한 인종 차별의 근원을 탐구한 소설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에 숨겨진 폭력과 야만의 페이지를 강렬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담아내며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현대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문제들, 원주민에 대한 백인의 착취와 억압의 역사를 조명한다.
■ 오스트레일리아의 광활하고 험준한 자연에 숨겨진 학살과 차별의 역사
『집으로부터 멀리』에서 봅스 부부와 윌리 박후버가 참가하는 레덱스 랠리는 수백 명의 자동차 광들이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수십 일간 일주하는 20세기 오스트레일리아 최고의 자동차 경주다. 소설 속에서는 시드니에서 타운즈빌까지 2,080킬로미터, 타운즈빌에서 다윈까지 2,560킬로미터, 다윈에서 브룸까지 1,920킬로미터, 그리고 퍼스에서 시드니까지 4,000킬로미터가 이어진다. 험준한 산길, 오지의 도로를 통과하고 탁 트인 해안 도로와 광막한 평원을 끝없이 달린다. 그 길 위에서 시드니, 브리즈번, 퍼스 등 익히 알려진 지명을 비롯하여 차터스타워스, 마운트아이자, 브룸, 캐서린, 퀌비 다운스, 오보스트 등, 호주 대륙의 광활함을 머릿속에 새겨주는 낯선 공간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보다 인상적인 것은 참가자들이 줄곧 맞닥뜨려야 하는 험난한 땅에 대한 묘사이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깊은 개천, 뜨거운 사막, 갑작스러운 폭우 등 극한의 자연은 랠리 참가자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안긴다. 그리고 이 땅의 험준함과 가혹함은 그곳에서 원주민의 입을 막고 저질러진 학살과 차별의 잔인한 만행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집으로부터 멀리』의 주인공 윌리 박후버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도둑맞은 아이들(Stolen Children)’이라고 불리는, 원주민 차별 정책의 피해자다. 이것은 백인과 원주민 사이 혼혈로 태어난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빼앗아 백인 가정에 입양시키거나 고아원 등의 시설에서 원주민 문화와 단절시킨 채 양육했던 정책이었다. 백인 남자가 원주민 여자를 강간하여 태어나는 혼혈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이들이 백인 문화에 치명적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하여 결혼하지 않은 모든 연령의 원주민 여성의 법적 후견인을 ‘최고 원주민 보호관’이라는 관리도 지정하는 법률까지 도입했다. 원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한 조처였다. 『집으로부터 멀리』는 출생의 비밀과 정체성 혼란, 진실을 알게 된 후 분노와 슬픔을 딛고 자신의 뿌리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내 주변의 몰이해와 차별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윌리의 상처와 고통을 응시하며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의 역사를 고발한다.
■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집으로부터 멀리』는 심리 소설의 걸작으로도 평가되며, 등장인물들의 내면 묘사와 개성적인 화법은 매우 탁월하다. 피터 케리의 섬세한 문체와 독창적인 서사 구조가 만들어내는 윌리 박후버와 아이린 봅스의 시선은 오스트레일리아의 광활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을 더욱 높인다. 『집으로부터 멀리』에서 피터 케리는 고독, 상실감, 죄책감 등 인간의 본원적 감정을 복합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비선형적인 서사 구조로 읽는 이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고,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윌리 박후버와 함께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화자는 아이린 봅스다. 1950년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모습을 구현하는 아이린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복잡한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남편 티치는 아이린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꿈을 좇는 데 급급하며, 시아버지 댄은 아이린에게 며느리로서의 역할만을 강요한다. 아이린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굽히지 않으며, 레덱스 테스트에 참가하여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아이린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점차 수동적인 여성에서 능동적인 여성으로, 그리고 백인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난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다. 특히 백인 정착민들이 자행한 원주민 학살의 진실을 마주하며 혼란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녀의 변화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실려 있다. 백인, 원주민,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의 문화가 공존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의 다채로운 양상을 드러내는 『집으로부터 멀리』는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데, 아이린은 백인과 원주민, 남성과 여성 사이의 화해와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윌리 박후버의 아들인 닐과의 만남, 퀜비 다운스에서의 경험, 그리고 레덱스 테스트를 통해 소통과 이해를 배우는 아이린은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의 변화와 성장, 그리고 화해와 공존이라는 주제를 대변하는 것이다. 윌리 박후버와 아이린 봅스가 겪는 시련과 위기, 정체성 혼란과 극복 과정은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의 복잡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그들이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 마침내 자신이 뿌리 내일 집에 도달하는 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나라의 독특한 자연과 풍습, 역사와 문화에 대해 비로소 눈을 뜨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어 준다.
■ 작가 소개
피터 케리 Peter Carey
부커상을 두 차례 수상한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소설가. 1943년, 오스트레일리아 자동차 브랜드인 홀든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내시 대학에서 화학과 동물학을 공부하다가 중퇴하고 광고회사에 입사했다. 이 시기에 베케트, 포크너, 조이스, 카프카, 마르케스 등의 작품을 읽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1974년 첫 소설집 『역사 속의 뚱보』를 출간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광고 일과 소설 창작을 겸하며 1981년 발표한 첫 장편 소설 『더없는 기쁨』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최고 문학상인 마일스 프랭클린 상을 수상했다.
1985년 발표한 『사기꾼』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1988년 도박에 중독된 아름다운 여성 부호 루신다와 영국에서 건너 온 목사 오스카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오스카와 루신다』로 부커상과 마일스 프랭클린 상을 받으며 오스트레일리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작품은 최고의 부커상 수상작을 뽑는 ‘베스트 오브 더 부커’ 후보에 올랐으며, 케이트 블란쳇과 레이프 파인스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01년 실존 인물이자 민중 영웅인 네드 켈리 이야기를 담은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로 두 번째 부커상과 영연방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영문소설 100’ ‘21세기 최고의 책’에 올랐다. 『패럿과 올리비에, 미국에 가다』, 『잭 매그스』, 『세무 조사원』, 『나의 가짜 인생』, 『도둑질, 진짜 사랑 이야기』, 『눈물의 화학 작용』, 『기억상실』, 『집으로부터 멀리』 등 총 13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고, 빔 벤더스의 영화 「세상 끝까지」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다.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훈장을 수훈했다. 현재는 25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 옮긴이 소개
황가한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였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숨통』, 『배반』,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보라색 히비스커스』, 『아메리카나』 등이 있다.
■ 본문 중에서
하지만 내가 결국 하게 될 이야기는 바로 그것, 20세기 오스트레일리라 최고의 자동차 경주 얘기다. (15쪽)
즉 드라이버들이란 다들 경주하려고, 상대방을 나가떨어지게 하려고, 시속 150킬로미터로 달리려고, 남보다 앞서려고, 더 빨리 가려고, 때로는 조정이라 수리를 위한 짬을 만들려고, (사전 인터뷰에서 뭐라고 했건 간에) 항상 다른 참가자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려고 모인 미치광이들임을 알았다. (226쪽)
모기에 물린 귀가 가려웠다. 꿈속에서 나는 법정에 선 흑인이 되어 있었다. 아까 경찰서에서 만난, 히스테릭한 백인 순혈주의자 때문이리라. 꿈속에서 나는 스파이 혐의로 이른바 “인종 전문가”라는 판사 앞에 끌려 나갔다. 이 끔찍한 용어는 내 기억에 남았다. 그는 내가 모든 큰길과 곁길과 경로, 고대와 현대의 도로를 정맥과 동맥과 새우의 내장처럼 빠삭하게 안다고 생각했다. 쿠르타는 부서졌다. 나사를 찾으려고 법원 바닥을 미친 듯이 뒤졌지만 손가락으로 집을 수 없을 만큼 작아서 찾지 못했다. (257~258쪽)
결혼 생활 내내 나는 티치를 자기 아버지의 악의로부터 보호하려 애썼고,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새장에 가둬 두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지금껏 내 삶의 목표는 남편에게 사랑이 주는 안락함을 확실히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시신 위로 몸을 던졌다. 그의 끈질기고 은밀한 사랑은 더이상 숨길 곳이 없었다. (264쪽)
타운스빌 사람들은 나를 흑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혼혈의 기미에 극도로 민감한 건가? 내 평생 이 ‘경험’을 마주했을 때보다 더 황당했던 적은 없었다. (271쪽)
담뱃불 흉터. 나는 우리 결혼식 날 밤에 그걸 보고 울었다. 이래서 그가 빛나는 거구나, 그때 깨달았다. 이래서 그가 농담하는 거구나. 나는 그의 완벽한 머리통을 품에 안았을 뿐 그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가 정확히 무슨 일을 당했는지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고, 그도 자기 어머니에 대해서만큼이나 자기 몸의 상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줄담배를 피우는 댄 아니면 아들을 성직자나 독신남과 단둘이 남기고 간 댄이었다. (281쪽)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덤불과 풀밭 너머에 황혼 속으로 사라져 가는 안개 낀 티모르해(海)가 있었다. 그 앞이자 호텔 맞은편에는 음주 금지, 도박 금지, 사기 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있었는데, 사실 그것은 팻말 앞이 아니라 뒤쪽에 사는 사람들, 여기저기 점점이 연기가 지독한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은 흑인 무리가 대상임이 명백했다. (293쪽)
왜 다들 나를 미치게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307쪽)
내일 첫 번째로 할 일은 퍼스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나의 진짜 정체에 대해 내 말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왜 머물겠는가? 누가 공간을 순간 이동 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수고를 신경 썼나? 1,600킬로미터를 내려가서 퍼스까지. 그런 다음에 대륙의 밑부분을, 널라버 평원을 면도칼처럼 일자로 가로지르기. 하루가 걸릴까, 이틀이 걸릴까? 어쨌든 그러고 나면 내가 다시 백인으로 받아들여질, 푸르고 정상적인 배커스마시에 도착할 것이었다. (329쪽)
우리는 가고 또 갔다. 티치와 나는 부르릉거리는 배기 소음 위로 서로에게 소리 질렀다. 우리가 원한 것은 스스로 판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는 것뿐이었지만 우리는 더욱더 깊이 파고 들어갔다. 환한 달빛 속을 달리는 동안 석회암 먼지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닫았지만 소용없었다. 그것은 뒤틀린 덤불 사이를 연기처럼 떠다니면서 우리의 눈과 콧구멍을 아프게 했다. 우리의 감정은 예전에는 몰랐던 것, 이 길 밑에서 신음하는 것들 같았다. (343쪽)
하느님, 이 기억을 제게서 가져가 주세요. 내가 어떤 인간일지 알게 되자 속이 메슥거렸다.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문장들이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엉키고 꼬였다. 옥외 화장실로 달려가서 내장까지 다 토해 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손에 연필을 쥐고 있었다. (389쪽)
너는 괜찮을 거야, 그가 말했다. 걱정 마, 그가 말했다. 흙을 겨드랑이에 비벼. 그러면 어떤 나쁜 일도 내게 일어날 수 없었다. 그가 모든 것을 내게 말해 줄 터였다. 내 조상은 긴 수염을 가진 뱀이었고 불운이나 죽음까지도 가져올 수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다가갈 때 노래를 부를 건데 아무 노래가 아니라 닥터 배터리가 아버지의 형제에게서 배운 바로 그 노래여야 했다. (417쪽)
나는 이제야 모든 원주민 문화가 고장과 여행과 (지금은 울타리에 의해 산산조각 난) 길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퀌비 다운스가 일종의 감옥임을 이해했다. 이곳에서는 고장 노래하기라는 도덕적, 종교적 의무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많았으므로 원주민들의 끔찍한 무기력의 원인 또한 명백했다. 그들은 삶의 의미를 부정당한 망명자였다. (436쪽)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어느 누가 원주민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즉 백내장, 빈혈, 심장병, 당뇨병, 천식, 폐렴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의학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제가 피부색 때문에 병원과 환자를 골랐다고 태평하게 결론짓는 친구들에게 화날 때가 너무 많았어요. 그 이유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만인 공통의 인간애일 순 없는 건가요? 이것들은 합리적으로 고려할 만한 요소가 아닙니까? (512쪽)
만약 아버지의 글이 명쾌하지 않다면, 교수님, 그것은 그가 신경 쇠약에 걸렸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기록하는 동시에 비밀을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광기의 징후처럼 보이는 것도 연금술 문헌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 조국이 사실은 다른 이들의 땅이며 우리는 아직 그들의 언어로 말할 권리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암호로 받아들인다면 말이죠. (517쪽)
배커스마시, 멜버른에서 53킬로미터 9
시드니에서 타운스빌까지, 2,080킬로미터 213
톱엔드 횡단, 2,560킬로미터 255
다윈에서 브룸까지, 1,920킬로미터 309
삼거리 337
감사의 말 518 3 01
작품 해설 521 3 01
작가 연보 527